요즘 접하기 힘든 결혼 소식, 부모 마음은 이렇습니다

곽규현 2024. 6. 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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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받은 청첩장... 비혼과 만혼 사이, 결혼 어려운 현실을 보는 부모 세대의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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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현 기자]

 며칠 전에 받은 지인의 아들이 결혼한다는 모바일 청첩장 내용이다.
ⓒ 곽규현
 
며칠 전에 지인의 아들이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았다. 지인의 아들은 내가 은퇴 전 교직에 있을 때 직접 가르치기도 했던 제자이기도 해서 그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어느새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결혼까지 한다니, 축하할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제자이자 지인의 아들인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청첩장을 받기 전에 지인에게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지인은 자기 아들의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연신 싱글벙글하며 입꼬리가 귀에 결렸었다. 얼마나 기쁘고 좋으면 저럴까 싶었다. 모바일 청첩장을 직접 받고 보니, 사진 속 행복한 모습의 제자에게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생각해보니, 요즘 길흉사 소식에서 노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장보다 자녀가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는 게 뜸하다. 나를 비롯해 주변의 친구나 동년배 지인들을 보면 자녀들의 나이는 대부분 서른 살 전후로 결혼할 나이가 됐다. 그런데도 청첩장 소식이 뜸한 걸 보면 다들 상황이 비슷한가보다. 결혼 문제를 앞두고 있는 부모나 자녀들의 고민이 깊은 듯하다. 

나도 마찬가지, 결혼과 출산이 내 자식의 일로 다가온 상황이라 요즘 자녀 세대들의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있다. 만 나이로 한두 살 깎아내려서 아직은 그렇게 걱정할 정도의 나이는 아니라며 위안 삼아 보지만, 30대 초중반으로 향하는 자식들을 보면 유수 같은 세월을 붙잡아 두고 싶다.

간혹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남의 잔치를 축하해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기도 해 기분이 복잡해진다. 

결혼 쉽지 않은 청년들의 현실

내 주변 친구나 지인들 자녀의 결혼 소식이 뜸한 이유를 모임이나 대화방을 통해 이야기하다 보면, 사실 청년 세대가 결혼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몇 가지 공통적인 요인이 눈에 보인다.

아마 가장 현실적인 요인은 경제적인 어려움일 것이다.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생계 수단이 없는 청년들은 결혼을 쉽게 꿈꾸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 결혼을 하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책임감을 의식하는 아들들은 결혼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어려움에 놓여 있는 아들들이 많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부모들도 아들자식들에게 결혼을 함부로 권하기 어려우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요즘엔 남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딸들의 경우는 결혼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혼 전후의 생활에서 오는 변화가 크기 때문에 삶 전체를 놓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혼 이후에는 생활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신분이 생기며 그에 따른 역할과 책임도 따른다. 결혼은 부부 당사자끼리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집안과 집안 사이에 새로운 인척 관계를 형성시킨다. 

딸들이 결혼 이전에 하던 일을 결혼 이후에도 하면서, 새로운 관계에도 적응해야 한다. 임신, 출산을 거치고 일을 계속 유지하면서 삶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우려스러운 것이다.

듣기에,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가졌거나 자신의 능력 계발과 지속적인 발전을 중시할수록 결혼을 더 망설인다고 한다.

나 포함 부모들은 딸들 결혼이 늦어지는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결혼을 마냥 서두르라고만 권하기도 어렵다. 

고향 동년배 자녀 10명 중 결혼은 1명뿐... 그것도 6년 전 일
 
 결혼하는 신랑신부(자료사진)
ⓒ 픽사베이
이렇게 이런저런 사정들을 셈하다 보면, 청년세대가 결혼으로 이어지기란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다.

1960년대생인 필자의 절친한 고향마을 죽마고우가 나 포함 총 5명이 있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비슷한 시기에 자녀를 낳아, 자녀들도 1990년대 초중반 태생으로 나이가 같거나 비슷하다. 

당시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식의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던 시절이라, 친구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정말 둘만 낳아 길렀다. 5명 부부들마다 자녀는 각 2명씩, 모두 10명이지만 이들 중 현재까지 결혼을 한 자녀는 서울에 사는 친구의 딸 한 명밖에 없다. 

서울 친구 딸의 그 결혼식도, 셈하자면 6년 전의 일이니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자녀들의 결혼 소식은 없었던 셈이다. 언제쯤 친구들 자녀의 결혼 청첩장이 날아들까.

주변에는 싱글로 사는 조카뻘 40대, 홀로 나이 들어가는 동생뻘 50대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어려움이 있어 결혼을 못 했거나 마음 맞는 배필을 만나지 못해서 결혼을 못 한 사람들이 있다. 각 상황과 사정이야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벗처럼 보듬고 사는 이가 주변에 있으면 싶은 마음에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인데도 아예 결혼에 뜻이 없어 비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싱글로 살아가는 그들을 예사롭게 보고 넘겼으나 요즘은 남의 일처럼 보이질 않는다. 나와 친구들의 자녀들도 40~50대에 싱글이 아닐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아들딸들이 마주하는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최근엔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결혼을 당연시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 세대는 결혼 이후의 삶이 이전보다 낫다는 확신이 없으면 굳이 결혼하고픈 생각도 없는 듯하다.

부모들의 마음이야 자식들이 결혼해서 손자녀를 낳아 즐겁게 잘 살길 바라지만, 그게 어디 부모 뜻대로만 되겠는가. 부모의 바람이 자칫 자녀들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부담을 주지 않을까도 싶다. 그럼에도 자녀들도 늙어가는 부모의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려 주었으면 싶기도 하다.

아무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들의 앞날이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들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부디 자녀들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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