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사직서 수리 허용 방침에…병원들 "복귀 설득 우선"
정부, 사직서 수리 허용하며 진료유지·업무개시 명령도 철회
정부가 4일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으나 일선 병원들은 당장 사직서를 수리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할 시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거나 연속 근무 시간을 단축해주겠다는 등 정부 발표의 방점이 '압박'보다 '회유'에 맞춰져 있는 만큼, 병원들도 내부 방침을 논의하면서 전공의들에 대한 복귀 권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충북 유일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실제 사직 의사가 있는지 교수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 당분간은 복귀를 설득할 방침이다.
이 병원은 전공의 124명 가운데 112명이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사직하면 이들을 지금껏 지도해온 병원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이번 발표로 사실상 사직을 막을 방법은 없게 됐지만, 당장 사직서를 수리하기보다는 설득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의 상급종합병원인 원광대학교 병원도 일단 정부의 후속 절차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우선 지금까지 제출된 사직서가 유효한지, 진의에 의한 사직인지 등을 다시 확인한 뒤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 역시 "제출된 사직서를 당장 수리할 계획은 없다"며 "사직서 제출 후 복귀한 전공의도 있는 만큼, 한 번 더 미복귀 전공의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역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개별 의사를 다시 확인한 뒤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의 후속 지침이 있을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한 병원도 많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전공의 사직서 수리 관련 내용에 대해 병원 차원에서 깊게 논의된 바 없다"며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정부 쪽에서 구체적 안이 하달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학교 병원 관계자 역시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오면 후속 조치 등 세부 계획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병원장이 전공의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 사직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실제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광주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안대로 후속 대책을 시행하겠지만, 전공의들이 복귀할 분위기는 아니다"며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전공의 처우에 대한 결정 사항을 연거푸 내놓으면서 현장에 혼선이 빚어진 측면도 있다"며 "이번 발표도 반향이 있으려면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개별 의향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료 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며 "오늘부터 각 병원장께서는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해 복귀하도록 상담·설득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별로 전공의 규모도 다르고, 현장을 이탈한 개인별 사정도 다르기 때문에 언제까지 수리해야 한다는 기한은 정하고 있진 않다"며 "그렇지만 복귀에 따른 여러 가지 제도 개선 등의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마냥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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