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휴업·직장 해고까지…국민 분노 산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한지혜 2024. 6. 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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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일하고 있던 식당 업주 인터뷰. 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신상 공개가 되거나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고등학생 44명 중 단 한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뒤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이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4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최근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 가해자들의 이름과 얼굴,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공분을 산 데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사적 구제가 이렇게 많아지는 것은 사회 정의에 좋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공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니까 사적 구제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좀 난감하다"고 했다.

지난 1일부터 유튜브채널 '나락보관소'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재조명하며 가해자 2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후 가해자 A씨가 경북 청도군에서 운영 중이라는 식당이 별점 테러의 대상이 됐다. 또 불법 건축물에서 영업한 사실이 확인 돼 현재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또 다른 가해자 B씨는 김해의 한 수입차 판매업체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업체 측은 그를 해고했다.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 백종원이 방문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일하고 있던 식당. 유튜브 캡처
유명 유튜브 채널에 맛집으로 소개된 경북 청도군의 한 식당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가 근무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청도군의 해당 식당이 영업을 중단한 채 문이 닫혀 있다. 뉴스1


배 교수는 가해자들이 당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이유로 시대적 배경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지역사회의 유지라든가, 힘깨나 쓰는 사람들과 연결되면 경찰들이 '합의하라'(고 하고) 선처하면서 보호 처분 정도로 (끝난다)"며 "이 사건 역시 피의자 범인 가족들이 합의서를 받았고 피해자 아버지가 5000만 원의 합의금을 받아서 (합의) 해버리니까 정작 피해받은 아이는 아무런 도움도 못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형태가 반복되니까 형사처벌이 아니라 다 보호 처분으로 가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가해자는 44명이지만 연루된 인물은 100명이 넘는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가해를 한 건 아닌데 그 범주에 있던 이들, 소위 밀양연합이라고 하는 폭력서클 연관된 사람들"을 지목했다.

그는 "심각한 특수강간, 윤간을 1년 동안 했던 (당시) 18~19살이던 자들, 44명 100명 넘는 사람 중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은 밀양경찰서뿐만 아니라 창원 쪽에 있는 검찰이나 (관련) 사람들이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일어난 일로 44명의 남학생이 1년간 여자 중학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 고등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명이 기소됐고, 20명이 소년원으로 송치됐다. 14명이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를 받는 등 가해자 모두 전과 기록은 남지 않았다. 44명의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이들을 겨냥한 제보와 폭로들이 난무하자 가해자들은 신상 공개를 한 유튜버에게 사과하며 알고 있는 사실을 다 털어놓을 테니 본인의 신상은 공개하지 말라고 호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락보관소' 운영자는 이날 게시글 고정 댓글을 통해 "현재 밀양 사건 가해자들이 저에게 서로 제보를 하는 상황"이라고 알리며 "저한테 사과하지 마시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세요"라고 밝혔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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