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은 사회주의 국가에나 있다" 주장은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해 3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 남소연 |
[검증대상] "지구당은 사회주의 국가에나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 주장
20년 전 이른바 '돈 먹는 하마',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오명을 쓰고 사라진 지구당은 부활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열린 당원 콘퍼런스에서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반대 여론도 거세다. 20년 전 '오세훈법'으로 지구당 폐지를 주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지구당을 만들면 당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따졌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구당이 있는 나라가 잘 있나? 그럼 아마 일본식 정당 외에는 거의 지구당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나 조선노동당 같은 북한 같은 이런 사회주의 국가는 뭐 다 있죠. 군당 이런 데. 그런데 이건 좀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실제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는 '지구당'이 존재하지 않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영국, 독일 등 유럽 정당은 지구당 기반... 미국은 선거기간만 유지
한국정치학회(책임 연구원 : 강신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9년 선거연수원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생활정치 활성화와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당제도 개선안: 당원협의회를 중심으로') 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영국, 독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 주요 정당들도 대부분 지구당같은 지역 조직을 갖고 있다.
영국 보수당은 의회 선거구와 동일하게 구성된 지구당(local association)이 있다. 노동당도 국회의원 선거구와 같은 지구당(Constituency Labour Party: CLP)을 두는 한편, 지방의원의 선거구별로 분류된 지역별 지구당(Branch Labour Party:BLP)와 지역별 노동조합 조직을 통해 지구당에 가입할 수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사민당)의 경우 국가의 행정 구역과 별도로 동 차원의 풀뿌리 조직인 1만2500개 '동연합(Ortsvereine)'이 있고, 다시 350개 '하급지구'와 20개 '지구'로 구성된다. 독일 기독민주연합(기민연)도 연방당을 중심으로 행정구역에 따라 주지부, 군지부, 도시·시읍면 지부, 도시구지부 단위, 동지부(Ortsvezirksverbäde)로 구성돼 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경우 26개 지구당과 290개 지부, 2500개 당원협의회 등으로 구성되고, 온건당도 26개 주 조직과 60개 지방조직클럽, 최대 500개의 정당 클럽으로 구성된다.
덴마크 사회민주당도 5개 주 조직과 244개 지구당, 98개 지자체 조직, 92개 당회로 구성되고, 벤스터(자유당)도 지역기초단위인 '투표자연합' 374개를 바탕으로 98개 지자체협회, 92개 선거구위원회, 5개 주 위원회, 중앙 조직으로 구성된다.
▲ 주요 국가의 정당 조직. 자료 : 한국정치학회, ‘생활정치 활성화와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당제도 개선안: 당원협의회를 중심으로’(2019),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각국의 정당 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2021) |
ⓒ 김시연 |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도 5월 31일 <오마이뉴스>에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단순 다수대표제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함께 뽑는) 혼합형 국가에서는 지구당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지구당이 없지만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지부(branch) 조직으로서 지구당이 존재하고,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 등도 지구당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사회주의 국가의 정당에서 지구당은 당 엘리트를 키우기 위한 것이지 지역 유권자와 당원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거나 정당의 정책을 토론 숙의하고, 당원의 정치 교육의 장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 정당의 지구당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정치학을 연구한 독일 학자인 하네스 B. 모슬러도 지난 2013년에 쓴 책 <사라진 지구당, 공전하는 정당개혁>(인간사랑)에서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등도 (한국의 지구당과) 유사한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과 영국의 경우 정당 조직은 최소한의 지리적 단위에서까지 매우 구체적이고 규칙적인 내용의 활동도 하고 상향 결정구조에서 권한이 실현"되는 반면, "미국과 캐나다의 정당은 주 단위 이하에서의 정당 활동은 거의 선거기간에 한해서만 이뤄진다"라고 구분했다.
▲ 지난 2004년 1월 13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재오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각당 간사인 오세훈 한나라당의원, 함승희 민주당의원, 천정배 열린우리당의원이 손을 잡고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권우성 |
결국 2004년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지구당은 42년 만에 폐지됐다. 민주노동당에 위헌 소송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듬해 기각했다. 이후 각 정당은 중앙당과 시도당만 둘 수 있었고, 지구당 역할은 사무실이나 유급사무원을 둘 수 없는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로 대체됐다.
지난 5월 20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른바 '지구당 부활법'(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김재원 "원내정당화 선진 민주국가에선 지구당 없다는 취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3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미국과 같이 원내정당화하고 있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구당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면서 "(독일 등 유럽 사례는) 우리가 독일식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린 내각제도 아닌 대통령제 국가이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는 "21대 국회에서는 많은 정치 비용과 후진적 실태 때문에 지구당뿐 아니라 중앙당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왔다"면서 "정치개혁으로 중앙당 폐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지구당을 부활하자는 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이날 <오마이뉴스>에 "지구당 제도가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다"면서 "영국, 독일 등은 내각제 국가이고, 중앙당이 강해서 지역구를 이렇게(과거 한국처럼)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증결과] "지구당은 사회주의 국가에나 있다"는 주장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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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팩트] |
김재원 |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지구당은 사회주의 국가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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