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 HBM 최대한 빨리 공급 받겠다"
고향 대만에서 10일 넘게 광폭 행보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자사의 AI 반도체에 가능한 빨리 탑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 사용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서다.
황 CEO는 “SK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론, 삼성전자 모두 훌륭한 파트너이며 3개 회사 모두 우리에게 HBM을 공급하게 될 것이고 그들이 자격을 갖춰 우리의 제품에 최대한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HBM이 성능 문제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삼성과의 작업은 진행되고 있고 (테스트가) 어제라도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와 4세대 HBM3와 5세대 HBM3E 납품 계약을 맺지 못한 상태다.
젠슨 황 “대만에 R&D 센터 건립”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137조원)를 내다보는 가운데, 황 CEO는 고향 대만을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이 신경 쓰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대만에는 우리가 25년 넘게 협력해왔던 TSMC를 비롯해 폭스콘·콴타·기가바이트 등 놀라운 기업들이 있다”면서 “특히 TSMC와 엔비디아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관계”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컴퓨텍스 개막식에서도 황 CEO는 대만의 AI 서버 제조사인 콴타·기가바이트의 전시 부스를 먼저 둘러봤다. 그가 가는 곳마다 취재진이 몰려 들어 통행이 마비됐다. 그는 “올해 컴퓨텍스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대만에는 훌륭한 IT 기업들이 매우 많고 앞으로 이들에게 수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대만의 공급망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협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밝혔다. 황 CEO는 전날인 3일 오후 대만 매체들과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 “5년 내로 대만에 대규모 연구개발·디자인(설계) 센터를 건립해 최소 1000여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테크 거물들, 대만 IT 기업들과 밀착
대만 정부도 뛰어 들었다. 이날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은 컴퓨텍스 개막식에서 “대만은 AI 혁명의 구심점이자 이름 없는 영웅, 세계의 기둥이 됐다”며 “대만을 ‘AI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대만에 슈퍼컴퓨터를 기증하고, TSMC가 운영비 부담을 약속했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엔비디아 vs 반(反) 엔비디아
인텔은 이날 AI 가속기 ‘가우디’ 시리즈를 경쟁사인 엔비디아 제품의 최대 3분의 1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이 시장에서 최대 4만 달러(약 5500만원)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저렴한 값으로 시장 점유율을 뺏겠다는 전략이다.
AI 서버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정하기 위해 결성된 ‘반(反) 엔비디아 진영’도 세를 불리고 있다. 전날 AMD에 이어 인텔 역시 울트라 이더넷 컨소시엄을 통해 최적화된 AI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엔비디아를 제외한 인텔·AMD·메타·MS·브로드컴 등이 참여한다.
타이베이=이희권 기자, 심서현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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