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육해공 최전방 훈련 모두 재개…시기·장소·방식 제한없다"
4일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전부 효력정지’하면서 군 당국이 곧바로 육·해·공 최전방의 사격, 대규모 기동 훈련을 전면 복원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당장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내 육군의 포병 사격훈련과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 서북도서 해안포 사격 훈련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특히 군은 “시기, 장소, 방식에 구애 받지 않고 접적 지역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자위적 군사력 강화라는 핑계로 예측불가능한 도발을 일삼아온 건 북한인데, ‘9·19 족쇄’가 풀리면서 우리 군 역시 자체적 판단에 따라 북한이 예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다양한 대응이 가능해진 셈이다.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9·19 군사합의의 전부 효력정지 결정에 따라 그동안 제약 받아 온 MDL, 서북 도서 일대 우리 군의 모든 군사 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실장은 "북한은 합의 이후 해안포 사격, NLL 이남으로 미사일 발사, GP 총격 도발, 소형 무인기 침투 등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위반행위를 자행해 왔다"며 "그들 스스로 지난해 11월 23일 9·19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고 했다. 또 “우리 군은 북한의 반복적인 합의 위반과 도발에도 지금껏 인내하며 군사 합의 조항들을 준수해왔지만,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위성항밥정치(GPS) 교란, 미사일 발사,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 등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고 재산 피해까지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MDL 5㎞ 이내 공중 정찰과 일반전초(GOP), 전투지역전단(FEBA) 등 최전방 지역을 아우르는 연대급 이상 부대 훈련과 포병 사격, 서북도서 해상 사격 등을 계획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육군의 지상 포병사격은 곧바로 재개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르면 다음주라도 실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MDL 5㎞ 이내에 위치해 포병 사격이 전면 중단됐던 육군 칠성사격장(강원도 화천군), 천미리사격장(강원도 양구군), 스토리사격장(경기도 파주시), 송지호사격장(강원도 고성군) 등의 사격 훈련도 재개될 계획이다. 군단급 무인기 정찰 범위도 최전방 인근까지 작전 범위가 확대된다.
서해 접적 지역을 방어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 역시 6월 중하순 해상 사격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백령도의 해병 6여단과 연평도의 연평부대가 K-9 자주포 등 곡사포를 동원할 예정이다. 지난 달 서방사 주관 합동 상륙 훈련에서 해상 완충수역을 향한 곡사포 훈련은 제외됐는데,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군의 계획에 따라 재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전방 지상 포병 사격 훈련은 9·19 군사합의로 가장 마지막까지 제한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접적 지역 공중 정찰을 재개했고, 올해 1월 북한이 200여 발의 해안포 사격 도발을 하자 북측 수역을 향해 400발의 대응 사격을 한 적이 있다.
“확성기, 전단 작전도 언제든 가능”
국방부 관계자는 “사격, 기동 훈련, 심리전까지 무엇이 됐든 제약은 없다고 말씀드린다”며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확성기의 경우도 미리 설치하지 않더라도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이 되면 바로 행동 개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 간의 주민 안전 고지 기간을 제외하면 북한으로선 사전에 대비할 수 없는 훈련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남북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측을 향해 “미사일에 더는 새벽 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예측 불가한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게 이번 조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당하는 게 될 수 있다.
다만 가장 실효적인 카드로 꼽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행동에 따라 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도발을 할 경우 대응하는 방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의 상황에 따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탈북민 단체가 오물 풍선에 대한 맞대응으로 6~7일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北, 오물 풍선 주고 포 받나
그간 정부는 “오물 풍선에 미사일을 쏠 순 없다”며 비례적 대응을 강조했고, 군사적 대응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북한의 오물 풍선 투척이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의 계기가 됐다.
국방부는 오물 풍선은 마지막 임계점을 넘는 도발이었을 뿐, 북한이 9·19 군사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해당 합의를 위반해 왔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현재까지 20여 건을 위반했으며, 해안포 포문 개방은 누적 3600회 이상이었다는 점도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로 인해 제약 사항이 많았다”면서 “전방 지역 사격 훈련 등을 통해 대비 태세를 갖췄다면 북한에게 오물 풍선 도발의 여지를 줄 가능성이 작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서해 NLL과 MDL 일대에서 우리 군의 정상적인 훈련이 복원되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9·19 합의 상 완충 구역이 없어진 걸 서해상 국지도발의 명분으로 삼을 우려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렸다. NLL을 또 부정한 데 이어 개념이 불명확한 ‘국경선’을 주장했는데, 지난 2007년 북한이 서해 NLL과 서북 도서 중간에 설정한 ‘해상경비계선’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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