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기관법’으로 새로운 전기...과제는 여전
기독대안학교는 초창기 대부분 미인가 학교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4년 전 ‘대안교육기관법’ 제정으로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이른바 ‘기독대안교육 2.0’ 시대를 연 것이다. 다만 교육과정 개발, 관련법 정비 등 과제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미약한 출발
4일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에 따르면 기독대안학교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기독교 계열의 유아대안학교, 중등대안학교, 고등대안학교가 줄줄이 생겨났다. 2002년부터는 기독초등대안학교가 출발했다. 일반 대안학교에선 신앙교육이 불가능했던 만큼 일반 교육에 더해 신앙교육 병행 목적으로 기독대안학교가 생겨났다.
다만 법과 제도가 미비해 대다수가 미인가 학교에 머물렀다. 이렇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미인가인데 학교 명칭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일이 허다했다. 영리 목적의 학원도 내지 않는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압박도 받았으며 급식비 등 각종 지원도 받지 못했다.
대안교육 2.0 시대
2020년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당시 국회에선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미인가 기독대안학교들도 ‘등록’만 하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혁재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이사장은 “호적을 얻은 것처럼 대안학교가 또 하나의 교육적인 틀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학교 운영의 안정성이 담보됐고 사회적 책임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해당 법으로 기독교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학교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대안교육기관법에선 학교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교원, 학부모 대표 등이 운영위를 구성해 학칙, 예결산, 교육과정 등을 심의한다. 즉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운영위에서 종교 교육 시행이 결정되면 이를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고 기독교 정체성도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다.
교육과정 개발 등 과제 수두룩
기독대안학교를 둘러싼 제도적 환경은 나아졌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 성경적 세계관에 기반한 자체 교과서 개발이 요구된다. 그동안 많은 학교들에서 해외의 대안교육 교재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실패했다. 교계 차원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성경적 교재를 개발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분석이다.
체계적인 기독교육과정 개발도 요구된다. 장한섭 이야기학교 교장은 “일반 학교처럼 국영수 중심으로만 교육하는 것은 기독대안학교라 볼 수 없다. 적지 않은 학교들이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공교육을 따라가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만큼 기독교적 가치에 기반한 교육과정 개발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기독인재 양성 취지에 걸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발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계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교계는 다음세대 양성을 중시한다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교계학교 부서에 대한 예산 편성부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찬 별무리학교 교장은 “진정으로 다음세대에 관심이 있다면 교계는 대안학교를 선교지로 바라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교계의 선교적 뒷받침이 있어야 기독대안학교가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법인 대안교육기관법과 관련된 법 정비도 필요하다. 하나의 법률이 완성되기 위해선 30~50개 정도의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를 통해 기독대안학교가 명실상부 ‘학교’에 준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 정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세법 개정이다. 김신아 전 우리기독학교 교장은 “다른 교육기관과의 형평에 맞춰 학부모가 낸 학비가 일정 부분 공제받을 수 있도록 소득세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회에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었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 시설에서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대안교육기관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밖에 지방세특례제한법,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 요금 감면을 위한 수도법 시행령 등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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