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 '핵심광물 협의체' 출범…ODA 100억달러로 확대(종합)
핵심광물 대화, 고위급 경제회의 신설
2030년 아프리카 ODA 100억달러 확대
윤석열 대통령과 아프리카 48개국 정상·대표들이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핵심광물 공급망, 북한 및 한반도 문제, 식량안보, 무역 등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100억달러까지 늘리고 핵심광물 공급협의체, 한·아프리카 고위급 경제협력장관회의 등을 신설,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대통령과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무함마드 울드 가주아니 모리타니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공동언론발표를 열고 정상회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연합 54개 회원국 중 아프리카연합 자격정지 6개국을 제외한 48개국 정상·대표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다자 외교 회의다.
이날 정상회의에선 한·아프리카 간 협력을 포괄적으로 다룬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연대 등 3개 의제와 ▲교역 및 투자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 ▲지속 가능한 인프라 ▲직업 훈련 및 교육 ▲디지털전환(DX) 및 과학기술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 ▲평화·안보 등 7개 중점협력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핵심광물 협의체 출범…공급망 안정화
우선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호 호혜적인 경제 협력을 증진해나가기로 했다.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디지털 정부 운영 경험을 공유해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이행을 돕고 도로, 철도, 교량, 항만, 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관련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경제 협력 증진 수단으로 한국이 강점을 지닌 ICT 분야 협력도 늘린다. 이를 위해 '테크 포 아프리카(Tech 4 Africa)' 이니셔티브를 마련한다.
공동선언문에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기후변화, 식량안보, 보건·의료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 농업·그린 ODA를 통해 식량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아프리카가 필요로 하는 기후 금융구조 구축을 위한 연대도 다진다.
특히 아프리카와 핵심광물 관련 포괄적 협력을 논의하는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하기로 선언했다. 아프리카는 니켈, 크롬, 망간, 보크사이트, 코발트, 흑연, 리튬 등 4차 산업 핵심 원자재를 비롯한 세계 광물 자원의 30%를 보유했기 때문에 한국의 공급망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핵심광물 대화는 호혜적 협력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을 꾀하면서 전 세계 광물 자원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도 기여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 달성 노력…국제무대서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도 강화한다. 아프리카는 유엔(UN) 회원국(193개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아프리카연합이 주요 20개국(G20)에도 가입하는 등 국제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의 핵심인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중요하다.
한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 약속을 재확인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CVID)'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의는 한·아프리카 대화 수준을 최고위급으로 격상하고 정상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력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 ODA 규모를 100억달러까지 확대한다. 또 140억달러 규모 수출 금융을 통해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촉진한다.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장관회의(KOAFEC)와 농업장관 회의 등 고위급 협의체도 신설하거나 활성화할 계획이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후속조치 점검과 차기회의 논의를 위해 2026년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약·협정 12건, MOU 34건 체결
이번 정상회의에선 공동선언 외에 조약·협정 12건과 양해각서(MOU) 서명 34건도 성사됐다. 핵심광물 협력 MOU 2건,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6건, 무역투자진흥기관간 협력 MOU 2건 등이다.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 선언도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공급망 확보와 한국 기업 진출 시장 확대 등을 위해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아프리카는 AfCFTA 출범으로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달러에 인구 14억명의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올해 경제성장률도 3.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4억명의 인구 중 60%가 25세 이하로 젊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본행사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날 폐회식을 끝으로 종료됐다. 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무역협회가 주관하는 '2024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이 열릴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 서밋과 여러 부대행사에서도 좋은 성과가 이어져서 이번 정상회의가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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