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배럴 가능성 ‘대왕고래’부터 파본다…노르웨이 업체 계약
정부가 2000조원대 가치로 추정되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6-1광구ㆍ8광구)의 7개 유전ㆍ가스전 후보지 가운데 가장 유력한 곳을 ‘대왕고래’라 이름 짓고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4일 정부와 석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12월쯤 대왕고래에 대한 탐사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사람 몸 안에 있는 종양(석유 등)을 찾기 위해 엑스선이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게 물리탐사라면, 몸 안에 내시경을 넣어 조직 검사를 하는 건 탐사시추로 비유할 수 있다. 탐사시추를 하면 직접 땅을 파 실제로 석유 등이 있는지, 있다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해양시추 업체 시드릴(Seadrill)로부터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West Capella)’를 빌리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2008년 12월 시드릴에 인도한 것이다. 웨스트 카펠라는 대왕고래 위에서 약 40일간 머물며 탐사시추를 진행할 계획이다. 웨스트 카펠라는 수심 1만ft(3048m)에서의 작업이 가능하다. 최대 시추 깊이는 3만7500ft(1만1430m)다.
계약 규모는 3200만달러(440억8000만원)이며, 오는 12월부터 발효된다. 대여 비용만 하루당 6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석유공사는 감독관, 무인 잠수정, 헬기 등도 조달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3월쯤 대왕고래 탐사시추 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탐사시추를 할지, 채산성 등을 따지는 평가시추로 넘어갈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평가시추까지 마쳐야 비로소 생산을 시작하면서 대왕고래를 요리할 수 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대왕고래 탐사시추를) 5회 이전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1회 탐사시추를 해 석유 등을 발견하고 규모를 파악할 가능성이 20%가량인데, 신중을 기하면 충분히 5회 이내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왕고래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석유공사는 6-1광구ㆍ8광구 내 다른 유전 등 후보지에 대한 탐사시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석유공사는 2022년 내부에 ‘광개토 프로젝트’ 팀을 꾸려 우리나라 동해ㆍ서해ㆍ남해 등 영해상에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탐사해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매장량에 따라 (개발) 비용이 달라지는데 내부적으로는 개발 비용을 감안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며 “인접한 한국ㆍ일본ㆍ중국 3국이 터미널, 액화 설비 등 충분한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를 가진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적은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제주 인근의 5광구도 탐사시추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석유공사는 2022년 8월 5광구에 대한 물리탐사 자료를 확보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물리탐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국내 교수 등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대왕고래를 포함한 6-1광구ㆍ8광구에 대한 물리탐사 자료를 미국 업체인 액트지오(Act-Geo)에 맡겼던 일과 구별된다.
5광구 바로 남쪽에는 또 다른 대규모 유전ㆍ가스전 후보지인 7광구가 자리 잡고 있다. 7광구에 대해 미국의 국제정책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는 2004년 “(7광구가 속한) 동중국해 석유 매장량은 미국의 4.5배, 천연가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측한 바 있다. 다만 1974년부터 일본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려다 교착 상태에 빠진 탓에 탐사시추는커녕 물리탐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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