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R&D 예타' 폐지… 3년 →1년 기간 줄여 골든타임 잡는다
국가예산 투입 이전에 경제성을 따져보는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폐지된다. 예타로 인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져 기술 개발·연구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신 정부는 사업을 민간 전문가가 먼저 검토한 뒤, 각 부처가 이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는 체계로 바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를 폐지하라”고 지시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뭐가 달라져
① 사업 착수까지 기간 단축 : 예산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기획부터 사업 착수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줄인다. 구체적으로, 1000억원 미만 모든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500억~1000억원 규모 신규 사업은 예타 폐지 전보다 2년 이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검토 방향도 예타처럼 당락 결정이 아닌 기획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 될 거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1000억원 이상의 연구형 R&D 사업은 '사전 전문검토'를 도입했다. 과학 기술 이해도가 높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업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검토 결과는 다음해 3월까지 통보되고, 각 부처는 4월 말까지 차년도 예산을 요구하면 된다.
연구시설 신설이나 위성, 우주 발사체 등 난도가 높은 체계개발사업은 두 단계에 걸쳐 심사한다. 심사 기간만 놓고보면 1년 내로 마무리할 수 있어 예타 시행때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빨라질 수 있다. ‘기본계획심사’에선 사업 필요성을 검토하고, 실제 착수 여부와 예산 규모는 ‘추진계획심사’가 맡게 된다. 단순 연구장비 도입, 공간 조성사업은 기본계획 심사만 진행한다.
②부처에 자율 주고 책임 묻는다: 각 정부 부처는 매년 4월 말까지 R&D 우선순위를 자율적으로 정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부처마다 할당된 지출한도가 있기 때문에 그간 중요도 구분없이 예산을 요구했던 관행이 개선될 전망이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핵심은 부처의 자율성에 있다. 각 부처는 사업 기획이 무르익어야 예산을 요구하게 될 거고, (통과할) 자신 없으면 가지고 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혁신본부와 기획재정부가 예산 심의 단계부터 사업수행 건전성을 지속 점검하기로 했다. 사업 건전성이 미비한 문제 사업은 특정평가 제도를 통해 진행 도중에도 종료시키는 것도 검토 중이다.
왜 중요해
이상윤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그간 예타 통과 후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기간이 계속해서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선행기술 개발의 진행 속도를 보고, 그 이후 규모가 큰 투자를 신속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다만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예타 폐지가 가능하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초당적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계 투자가 왔다갔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과학기술계가 R&D 예산을 유용하는 카르텔이라며 모욕감을 주더니, 이제는 거꾸로 예타를 폐지하겠다니 마치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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