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도 불안’ 최악 위기 英 보수당…극우 패라지까지 출마 ‘겹악재’
내각 2인자도 낙선 유력
패라지 출마로 보수표 분열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이 7월 총선에서 최악의 참패를 기록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내각 장관 대다수도 낙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심지어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까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표 분열'도 불가피해졌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는 3일(현지시간) 약 6만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이 422석을 얻어 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고 발표했다. 보수당과 자민당이 각각 140석·48석으로 뒤를 이었다.
2019년 총선과 비교했을 때 노동당은 220석을 더하는 반면 보수당은 225석을 잃는 결과다. 예상대로 나올 경우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1997년 노동당의 의석수(418석)도 뛰어넘는다. 유고브는 “1906년 이후 보수당에겐 최악의 결과가 될 것”이라며 “런던, 노스이스트 잉글랜드, 노스웨스트 잉글랜드, 웨일스 등 여러 지역에서 보수당이 전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당은 내각 구성원들까지도 다수가 생환이 불투명하다. 더타임스는 “12명의 장관들이 의석을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내각의 실질적 2인자인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을 비롯해 알렉스 초크 법무장관, 미셸 도넬란 과학기술혁신부 장관의 지역구는 자유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리시 수낵 총리를 대체할 유력한 차기 보수당 대표 주자인 그랜트 섑스 국방부 장관의 지역구는 노동당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도 노동당 후보와 각축전이 예상된다.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안 덩컨 스미스 의원의 지역구에서도 노동당의 지지율이 2배 이상 높다.
수낵 총리 역시 지역구에서 41%를 기록해 노동당 후보와 격차가 9%포인트에 불과했다. 수낵 총리는 2019년 총선에선 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한 바 있다.
보수당뿐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48석을 얻은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역시 궤멸적 패배가 예상되고 있다. SNP의 자리 역시 대부분 노동당 후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는 SNP의 부상 전까진 노동당의 대표적 텃밭이었다.
앤서니 웰스 유고브 정치·사회 연구 책임자는 “총선이 실시되면 양당 간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라며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노동당이 산사태와 같은 압승을 거둔 1997년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모어 인 커먼 역시 노동당 382석, 보수당 180석으로 노동당의 대승을 예상했다.
보수당에겐 추가 악재도 터진 상황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EU)를 이끌었던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가 입장을 바꿔 7월 조기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보수당 입장에선 보수표 분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BC 등은 이날 패라지가 영국개혁당(Reform UK)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지역구는 잉글랜드 남부 클랙턴이다. 패라지는 영국개혁당 대표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반이민 등을 주장하는 그는 과거 영국개혁당의 전신인 브렉시트당 대표 시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다만 영국 총선에선 7번 도전해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더타임스, 폴리티코 유럽 등은 이를 두고 “수낵 총리에겐 최악의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영국개혁당이 의석을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소선거구제 특성상 각 지역구에서 보수당 표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노동당 44.7%, 보수당 23.5%, 영국개혁당 11.1%를 기록했다.
보수당에선 “(패라지의 출마는) 노동당에 백지수표를 건네줄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하지만 보수당의 큰손이었던 부동산 재벌 닉 캔디가 영국개혁당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보수당 후보는 가디언에 “영국개혁당은 항상 보수당 표를 잠식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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