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동성애가 둘로 갈라놓은 한국교회…6월 첫날의 기억

유경진 2024. 6.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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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퀴어행사가 열렸습니다.

남대문로와 우정국로에 61개나 설치된 퀴어행사 부스엔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시민단체, 대학 동성애 동아리, 각 교계에서 참여했습니다.

교회와 교계단체, 기독대학 동성애 유관 동아리도 동참했습니다.

특히 몇몇 교회가 운영하는 부스에서는 동성애자와 가나안 성도에게 축복기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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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동성애vs.반동성애가 낳은 혐오와 갈등
진보 기독교 단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서 열린 퀴어행사에 참여한 모습.


지난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퀴어행사가 열렸습니다. 남대문로와 우정국로에 61개나 설치된 퀴어행사 부스엔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시민단체, 대학 동성애 동아리, 각 교계에서 참여했습니다. 교회와 교계단체, 기독대학 동성애 유관 동아리도 동참했습니다.

특히 몇몇 교회가 운영하는 부스에서는 동성애자와 가나안 성도에게 축복기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3월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출교된 이동환 목사는 이날도 동성애자 커플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진행했습니다. 부스에서는 다양한 굿즈도 판매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희화화한 패브릭 액자와 거꾸로 뒤집힌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새겨진 묵주 팔찌, 부적을 떠올리는 말씀 스티커 등을 판매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반면 도보로 10여분 떨어진 시청 일대에서는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가 열렸습니다. 무대에 오른 관계자들은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퀴어행사 기독교 단체 부스에서 판매된 굿즈. 말씀 스티커에는 '포기하지 않으면 때가 이르매 차별금지법 제정되리라'(갈 6:9) 문구가 쓰여있다.


동성애 찬반을 놓고 한국교회가 둘로 갈라진 양상에 안타까웠습니다. 양쪽 진영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불과 1~2년 전 광화문 광장에서 현 정부 퇴진 운동을 둘러싼 보수·진보 교계 간 이념 갈등이 재연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또다시 갈등의 늪에 빠진 것입니다.

성경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성경은 구약과 신약 전반에 걸쳐 동성애를 ‘죄’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인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에 따르면 ‘남색(동성애)’과의 동침을 가증한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가증한 일을 행할 경우 반드시 죽음이 뒤따른다고 경고합니다. 신약성경에도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구절이 여러 차례 언급됩니다.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은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고 말씀합니다.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 참가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기감·기장·예장통합 차별금지법·동성애 반대 목회자 연대는 퀴어행사 이후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목회자 연대는 “동성애자들은 가정을 해체하고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게 해 대한민국을 무너뜨린다”며 “친동성애 목회자들은 무분별한 동성애자 커플 축복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외적으로 거세게 밀려드는 동성애 물결 속에서 성경 메시지가 퇴색되고 교회가 위기를 맞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유럽과 북미 등을 중심으로 동성혼과 차별금지법이 허용되면서, 목회자는 더이상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를 자유롭게 전하지 못하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교회는 강자와 약자, 소외된 자에게 모두 열려있어야 합니다. 동성애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자들이 잠시 하나님을 떠나 길을 잃었더라도 교회는 이들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며 따듯하게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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