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확대, 혁신 동력 악화시킬 수 있어…민감정보 유출 우려도”
업계, “신중 도입 필요” 한목소리
해외 기업과 역차별·혁신 제동 우려
영업비밀 등 민감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정부가 마이데이터 확대 적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민감 정보 유출 가능성과 산업 위축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법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정신동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 스페이스에서 개최된 마이데이터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허용 범위가 모호할수록 기업 영업비밀 등 민감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앞서 개인정보위원회는 마이데이터를 내년 보건의료, 통신, 유통 분야에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전 분야에 확대하기 위해 지난달 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보 주체가 본인을 비롯한 제3자에도 개인정보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영역에서 정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 교수는 “영업 비밀과 일반 정보의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것들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영업비밀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전송 대상이 개인정보가 아닌 집합체로서 데이터 세트로 운영되면 기업의 노하우가 반영돼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주체가 개별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전송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마이데이터 정책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정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송수신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및 부담 주체와 범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으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실질적 제재가 어렵고, 법을 집행하는 부분에서 시간을 소요될 수 밖에 없어 규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보유한 정보가 외국 사업자에게 갈 수도 있고, 거꾸로 외국 사업자의 정보가 한국 기업으로 올 수도 있다”면서 “외국 사업자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개정안의 전송의무자로 포함된 우리나라 오픈마켓 기업들은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커머스)의 공습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에게 더 부담을 지게 하는 이번 정책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가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추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버 등 인프라 비용이 필수적인데, 스타트업 등 초기 사업자는 이를 충당할 재원 마련이 어려워 사업 혁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스타트업들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도입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경쟁사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혁신의 동력을 악화시키고 데이터 기반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개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데이터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이러한 업계 우려를 다루는 의견 수렴 협의체를 통해 정책적 검토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황지은 개인정보위 마이데이터 추진단 과장은 "정보 전송에 있어서 전송 인프라 자체가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영업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데이터는 특정 대기업에 갇혀있던 개인정보를 국민의 요구에 따라 이동 및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중소기업·스타트업에게는 데이터를 전송받아 혁신적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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