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2년 넘었는데 절반 넘게 '빈집'…'미분양 무덤'된 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4일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제주 미분양 주택은 2485가구로 한 달 전보다 14.2%(352가구) 늘었다. 2021년 말 836가구에서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4월 1241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44%에 달했다. 특히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1만2968가구)의 10분의 1이 제주도에서 나왔다.
서귀포시의 미분양 적체가 특히 심각하다. 2021년 9월 준공한 서귀포시의 O아파트는 120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71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1월 준공한 H아파트는 78가구 중 74가구가 빈집이다. 서귀포에서 미분양 물량이 한 가구 이상인 공동주택은 총 28개 단지 2494가구인데, 이 중 966가구(38.7%)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서귀포시 4월 통계)
제주의 미분양 적체가 유독 심각한 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다. 제주의 경우 분양뿐만 아니라 재고 주택의 거래도 씨가 마른 상황이다. 지난 4월 한 달간 제주에서 주택 매매거래량은 514건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10년(429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외지 유입 인구가 감소한 것도 원인이다. 한때 중국 관광객, 유명 연예인들의 제주 살기 유행으로 세컨하우스 수요가 폭등했다. 이에 2016년 제주 순유입 인구는 1만500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여파, 코로나19 이후로 인구 유입이 줄어들더니 지난해 14년 만에 처음으로 1678명의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지인 주택 구입 비율도 2021년 31.4%, 2022년 27.1%, 지난해 23.0%로 줄곧 감소 중이다.
고분양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제주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당 750만원으로, 전국에서 서울(1177만원)과 대구(927만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섬인 제주의 특성상 물류비용 등이 커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에 10여년 전부터 투기 열풍이 불면서 제주 땅값이 크게 오른 영향도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외지 유입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해 고분양가 정책을 쓴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행·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도에서 분양 중인 한 아파트 시행사는 전체 24가구 중 선착순 5가구에 대해 8000만원(분양가의 20% 수준)을 할인해 주고, 분양 대금 일부를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로 납부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제주도 역시 주택 인허가 승인 취소, 공공 매입 등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교수는 “제주 주택 수요층 가운데 외지 투자자 많은데, 각종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이들 수요가 줄어든 것”이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한시적으로라도 취득세, 양도세 등 다주택자 중과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제주 미분양은 인구 규모, 구매력 등에 비해 주택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진 영향”이라며 “건설·시행사가 할인 분양 등을 통해 미분양 해소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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