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조기총선에 극우 패라지 등판…갈길 바쁜 수낵, 악재 겹쳤다

박형수 2024. 6. 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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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했던 영국의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다음달 4일 열릴 영국의 조기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패라지의 등판은 가뜩이나 노동당에 밀리고 있는 집권 보수당과 리시 수낵 총리에게 또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가디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패러지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Reform UK) 후보로 잉글랜드 남동부 해안 도시 클랙턴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패라지는 현 영국개혁당 대표인 리처드 타이슨의 후임으로, 향후 5년간 당대표를 맡을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패라지는 영국개혁당의 전신인 브렉시트당의 당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영국개혁당의 새로운 지도자이자, 총선 출마를 선언한 나이절 패라지. EPA=연합뉴스


앞서 패라지는 지난달,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돕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우군으로, 2016년 미국 대선 때도 트럼프를 위해 선거 운동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비용 부정지출 관련 34개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받자, 패라지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CNN은 전했다.

패라지는 지난 30년간 영국 정치권에서 논쟁적 인물이었다. NYT는 그가 비주류 정치인들의 몽상으로만 여겨졌던 EU 통합 회의주의 운동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현실화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그가 출마하는 영국개혁당은 2018년 창당 이후, 반(反)이민과 반 환경 등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며 지지율을 10% 이상 끌어올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1 야당인 노동당, 집권당인 보수당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NYT는 패라지에 대해 “분열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며 뛰어난 언변을 지닌 인물”이라며 “지난달 그의 불출마 선언 직후 영국개혁당이 총선의 추진력을 잃었으나, 이번 출마 번복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그의 총선 출마 선언이 수낵 총리와 키어 스타머 노동당 총리의 TV 토론 전날 이뤄진 것도 화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패라지가 출마하는 클랙턴은 브렉스트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패라지는 앞서 7번 하원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한 바 있어, 이번에 당선될 경우 7전8기가 된다.

2019년 영국 런던에서 반트럼프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브렉시트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패라지 "보수당 지지는 표 낭비"


패라지의 총선 출마는 노동당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수낵 총리에게 새로운 좌절을 안겨준다고 폴리티코 등은 전했다. 영국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패라지의 영국개혁당이 보수당의 표를 일부만 흡수해도 많은 의석을 노동당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영국개혁당은 노동당보다 보수당의 지지 기반을 약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당이 이민에 부정적인 보수 유권자들을 겨냥해 불법 이주민 단속과 르완다 이송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영국개혁당은 “영국의 순 이민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보수당은 정책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해왔다.

패라지는 “보수당을 지지하는 건 표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영국개혁당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이어 “보수당은 영국을 쇠퇴하게 만들었고, 이는 오로지 담대함으로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패라지와 영국개혁당은 반드시 의석을 확보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보수당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CNN은 패라지의 출마 선언으로 추진력을 얻은 영국개혁당으로 인해 보수당은 수십석을 더 잃을 위기에 놓였다면서 “지난 14년간 집권했던 보수당이, 7월 선거에 3위 정당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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