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어디서 살까... 60, 70대가 이구동성으로 외친 것

유영숙 2024. 6. 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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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주거지로 역세권, 병세권 선호... 아직까진 오래 살아 익숙한 내 집이 좋다

고령인구 1000만 명 시대, 나이 들어 사는 곳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6070 시니어 시민기자들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말>

[유영숙 기자]

지난주 60대, 70대 모임이 있었다. 동네 모임이다. 같은 연습장에서 운동을 하며 친해진 분들이다. 과거 40대일 때부터 만난 모임인데 어느새 나이가 이렇게 되었다. 예전에는 매월 날짜를 정해서 한 번씩 만났는데, 중간에 아프신 분도 있고 이사 간 분도 있어서 정기모임이 흐지부지되었다.

모임의 동생이 집에 꽃이 예쁘게 피었다며 점심에 고기나 구워 먹자고 집으로 초대했다. 시간이 되는 네 명이 가게 되었다.
  
▲ 모임의 동생이 초대한 주택 풍경 100여 종이 넘는 야생화 등 식물을 키우고 있어서 방문한 사람들이 모두 놀라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관리하나 걱정도 하였다.
ⓒ 유영숙
 
몇 년 전에 한 번 다녀오긴 했는데 마당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잔디는 관리하기 어려워서 잔디를 거둬내고 작은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온통 꽃 동네였다. 화분에 심은 것도 있었고 마당 주변에 심은 식물도 많았다. 특히 매발톱, 금낭화, 할미꽃 등 야생화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어림잡아도 100여 종은 훨씬 넘을 듯했다. 마치 야생화 식물원에 온 것 같았다.
  
▲ 주택 마당에 차려진 점심 집에서 담근 장아찌 등으로 마당 가운데에서 꽃 구경하며 식사하니 분위기 자체로 맛있었다.
ⓒ 유영숙
 
마당에 마련된 식탁에 음식을 차려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도 머위장아찌, 오가피 장아찌, 매실 장아찌, 오이지 등 직접 담근 것이었다. 머위는 뒷마당에서 키운 여린 잎으로 담가서 정말 맛있었다. 한 분이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가지고 오셔서 고기와 싸서 먹었는데 무척 부드러웠다.

나는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가 아직 싱싱하고 맛있어서 한 포기 썰어서 가지고 갔다. 더군다나 5월이라 꽃이 많이 피어서 꽃정원에 앉아서 먹으니 분위기 자체로 맛있었다.

전원주택, 아름답긴 하지만

나이 들고 보니 늘 대화가 노후 생활에 관한 거다. 늘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나이 들면 건강이 최고이니,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자'는 것. 오늘 모인 다섯 명 중에 초대해 준 한 명만 주택이고 나머지 네 명은 주변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이날 모두가 정원 곳곳에 핀 꽃을 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이 들면 관리하기 힘들겠다고들 말한다.

식물을 좋아하고, 집 주인이 아직 젊은 편이니 이렇게 예쁘게 가꿀 수 있을 거라며 자기들은 자신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반려 식물을 많이 키우는 나조차도 이렇게 정원에 많은 식물을 가꾸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 화분 하나하나가 시든 잎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소나무 등 나무류도 전지가 잘 되어 있었다. 나무 전지는 이 집 남편분이 직접 하신다고 했다.
 
▲ 마당 주변에 심긴 식물 위 왼쪽부터 장미, 설란, 동자꽃, 인동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 마당에 그득했다.
ⓒ 유영숙
   
그럼 다들 노후에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 물어봤다. 이날 온 70대인 맏언니들은 익숙함을 선호한단다.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냥 살던 곳이 익숙하고 좋지."
"저도 그래요. 새로운 곳에 가면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냥 살던 곳이 좋아요."

여기처럼 꽃을 가꾸며 살 수 있는 전원주택도 좋긴 한데, 이곳은 외출하려면 차가 있어야 해서 나이가 들면 조금 불편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이 들면 운전하기도 어려우니 지하철역 가까운 곳이 좋겠다고들 했다.

가장 최근에 이사하신 60대 후반인 분이 이사 올 때 고려했던 것을 말해주었다. 다음 네 가지로, 보다 더 구체적인 기준들이었다.  

첫째, 아파트 주변에 낮은 산이나 공원이 있어서 운동(걷기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둘째, 나이 들면 운전이 어려우니 지하철이 가까워 서울 등 가고 싶은 곳을 편하게 갈 수 있고
셋째, 아플 때 바로 갈 수 있는 종합병원이나 조금 큰 병원이 가까이 있으며
넷째, 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뇌를 깨워 치매를 예방하고 싶었다는 것.  

그걸 위해 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찾으러 여러 곳을 다녔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지어진 지는 좀 오래되었으나 딱 맞는 조건의 아파트를 찾아서 이사했단다. 이제 더 이상 이사는 가지 않을 예정이라며, 이사한 아파트에서 70대 남편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셨다. 
  
▲ 우리 아파트와 이어진 근린공원 아파트와 동산이 연결되어 200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운동할 수 있는 근린 공원이 있다.
ⓒ 유영숙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우리 부부가 사는 아파트 또한 그 조건에 비슷하게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한곳에 오래 살아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래 살아서 익숙하기만 했던 지금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대인 남편 또한 같은 생각이다. 지금 사는 곳 옆에 아파트와 작은 동산과 근린공원도 있고, 아파트 입구에 인천 2호선 지하철역이 있으며, 종합병원도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 지금 아파트가 노인 둘이 살기에 가장 좋은 아파트라고 맞장구를 쳤다.

나는 이 조건 외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아들 며느리 손자와 가까이 살고 싶은 소원이 있다. 아들 둘이 장가가서 분가해 살고 있는데, 작은아들네는 다행히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 자주 만나니 가끔 반찬을 해서 보낼 수도 있고 손자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큰아들네는 조금 먼 곳에서 살아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20개월 된 손자를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만날 때마다 낯을 가려서 어색하다. 하지만 아들네도 직장과 일이 있으니, 생각대로 가까이 사는 것이 어려워 늘 아쉽다.

멋진 풍경과 전망, 그럼에도 이사 고민하는 이유

며칠 전 지난 화요일에도 2년 전에 이사하신 60대 후반 지인이 초대해 주셔서 강화도에 다녀왔다. 나도 나이 들고 보니 모임분들이 60~70대가 대부분이다. 강화도에 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고 텃밭도 가꾸며 산다.

집도 성격처럼 예쁘게 꾸며 놓았다. 야생화 꽃밭도 만들고 텃밭에 감자와 상추도 심어 놓았다. 집 마당에는 감나무와 소나무 등 나무가 많아서 집이 숲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집이 작은 것은 마음에 들었는데 집 주변 땅이 넓어서 관리하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강화도에 사실 건지 물었더니, '5년'을 보고 있단다.
     
"지금부터 5년이 맥시멈이라고 생각해."
"5년은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75세까지는 괜찮을 거 같은데요."
 
▲ 강화도에 지인이 사는 전원 주택 야생화 꽃밭도 가꾸고 텃밭도 가꾸며 살고 있으나, 나이들면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고민이라고 한다.
ⓒ 유영숙
강화도에 사시는 분은 지금 만 67세이고, 거기 사는 게 한 마디로 '풀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지금 집이 바다도 보이고 전망도 좋은데, 문제는 전체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

그 분 왈, 자기 옆집에도 70대, 80대 어르신이 사시는데 그 분들 또한 갑자기 아플까 무섭기도 하고, 집 관리도 힘들다고 하소연 하신단다. 이사 가고 싶어서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서 걱정이 많다고. 가끔 전원주택에 놀러가면 여러 풍경이나 상황이 참 부러웠는데, 직접 관리를 해야 되면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지난 2월 친정엄마 기일에 만났던 남동생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남동생은 지금 60대 초반이다. 남동생은 서울에서 살다가 홍천 내면 산골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그 곳은 지대가 높아서 스위스 알프스도 부럽지 않을 만큼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산골이다. 그 당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올케와 의논하여 내려갔는데, 나이 들면 고향인 강릉으로 다시 이사해야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 깊은 산골에 있는 동생집 옆에 트리하우스까지 지어 놓았으나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나이들어 살기는 어려울듯 하다.
ⓒ 유영숙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 자체가 너무 산골이다 보니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려워 거의 고립되어 산다면서 구성원 중 누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걱정이라고 했다. 당장 집을 팔고 이사하긴 어려워서, 일흔 되기 전에 계획을 세워서 강릉에 아파트를 사서 노후를 보내야겠다고도 덧붙였다.

정답은 없겠지만

나이 들면 어떤 집에 사는 것이 좋은지에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형편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내 주변 한 가지 공통점은, 나이 들수록 병원 가까운 곳에 사는 걸 선호한다는 것. 오늘 만난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70대까지는 이런 전원주택도 좋지만, 80대부터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병원 가까운 곳에 살려고 한다고 했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다. 아파트에 살든지 전원주택에 살든지,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고 다짐하며 헤어졌다.

요즘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주거 공간도 등장했다. 나이 들면 식사도 문제이고 이야기할 대상도 필요하기에, 아예 어르신 맞춤형 공동주택이나 실버타운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아파트에서 음식 서비스를 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나이 들면 어디서 살 것인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고민이다. 일단 나는 현재에 만족한다. 독자들도 상황마다 맞는 곳을 찾아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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