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선택한 4번째 '올드보이', 김경문은 '삼김'과 다를까

이준목 2024. 6. 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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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기회 많이 주고 기다릴 것"... 한화, '감독들의 무덤' 오명 벗을까

[이준목 기자]

▲ 파이팅 외치는 김경문 감독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고 프로야구에 복귀한 김경문 감독이 3일 오후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이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 취임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화 구단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김경문 감독의 취임식을 열었다. 한화의 제14대 사령탑에 선임된 김 감독은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 원·연봉 15억 원)의 조건으로 한화의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김 감독은 한화 사령탑 취임식에서 한화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박종태 대표이사가 유니폼을 입혀줬다. 손혁 단장과 선수단 대표로 주장 채은성, 류현진도 참석하여 김 감독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조금은 긴장되고 상기된 표정으로 등장한 김 감독은 "한화가 현재 성적이 조금 떨어져 있지만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단과 스태프들을 잘 아울러서 남은 경기에서 최강의 응원을 보내주시고 있는 한화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김 감독은 현장을 떠나있는 동안 여러 가지 성찰과 경험을 통하여 배움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김 감독은 자신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꼽히는 '만년 2등 징크스'도 직접 언급하며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2등이라는 것이 나 자신에게는 아픔이었다. 이곳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 팬들과 함께 꼭 우승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한화는 지난 5월 최원호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퇴진하면서 후임 감독을 물색한 끝에 김경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과 NC 다이노스에서 KBO 리그 통산 1700경기에 나서 896승(역대 6위)을 거뒀고, 14시즌 중 10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최고의 '가을야구 청부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국가대표팀을 맡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쓰기도 했다. 2008년 이후 최근 16년간 가을야구 진출이 1번(2018년)에 그친 한화가 경험이 풍부한 노장을 영입한 이유도, 바로 가을야구에 대한 한풀이 때문이었다.

'만년 2등 징크스' 김경문 "꼭 우승하고 싶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 외에 정작 프로무대에서는 우승 경력이 전무하다. 김 감독은 두산과 NC에서 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준우승에 그치며 만년 2인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오랜 현장 공백기와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는 우려는 김경문 감독이 넘어야 할 벽이다.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 돌아온 건 2021년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지 3년 만이다. 당시 김경문호는 도쿄올림픽에서 6개팀 중 4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에 그쳤고,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때와는 정반대로, 선수발탁과 용병술 등에서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들으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했다. KBO리그 복귀는 NC에서 중도 퇴진한 2018년 6월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한화가 그동안 여러 차례 '올드보이' 감독들을 영입하고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일부 팬들이 김경문 감독의 영입을 우려한 이유다. 한화는 2000년대 이후 KBO리그 역대 최다승 1~3위에 빛나는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의 '삼김'이 모두 거쳐갔으나 결과는 하나같이 좋지않았다.

그나마 김인식 감독만이 한화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2006년)을 이끌었지만 세대교체 실패로 한화 암흑기의 단초를 제고했다는 오명과 함께 마지막 시즌(2009년) 꼴찌에 그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응용과 김성근 감독은 모두 70대의 고령이 되어 현장에 복귀했으나 전성기 때와는 달리 무뎌진 판단력과 달라진 현대야구 흐름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며 부진한 성적만 남기고 물러났다.

66세의 김경문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현역 KBO 최고령 감독이 됐다. 한화 구단 부임 당시 나이로는 김성근, 김응용 전 감독에 이어 세 번째 고령이다. 김인식 감독이 2009년(당시 62세) 한화에서 물러나던 시기보다도 나이가 더 많다.

김 감독은 뛰어난 야수-타자 육성과 리빌딩 능력에 강점이 있고 선수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뚝심의 야구로 유명하다. 김 감독이 부임할 당시만 해도 과도기였던 두산과 NC를 우승권 강호로까지 끌어올린 공로는 김경문 감독의 가장 큰 업적이다.

반면 선발투수 육성능력은 떨어지고 불펜야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논란에서 김성근-김인식 등 선배 세대 감독들의 단점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 과거와는 달리 '감독 개인의 영향력'보다는 철저한 분업화를 바탕으로 시스템과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여 운영되는 현대야구의 흐름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김경문 감독의 관건이다.

김 감독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자신이 추구하는 야구와 한화에서의 방향성에 대하여 언급했다. 김 감독은 한화에서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하며 "앞으로는 젊은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조금 더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아직 감독으로 온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금 순위표가 하위권인데, 올해는 먼저 5할을 맞추는 게 우선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성적이 올라오면 그 다음(우승)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밖에서 지켜본 한화의 장점으로는 '투수력'을 꼽으며 "젊은 투수들을 바탕으로 점점 강해지는 팀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김 감독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선수단의 혼란과 불안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단 잔여시즌 동안 급격한 개편없이 기존의 코치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트레이드도 당장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두산에서 처음 감독으로 데뷔할 때만 해도 40대의 젊은 감독이었던 김경문은, 2024년 현재 KBO리그 복귀와 함께 올 시즌 최고령 감독이 된 것에 대하여 "야구가 많이 변해있다는 걸 느꼈다. 처음 감독을 할 때는 40대로 어렸다. 지금은 최고참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한화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으로도 불린다. 어쩌면 김경문 감독이 선배 삼김의 흑역사를 잇는 4번째 '올드보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성적이 안 나면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부담보다는 내가 할 것, 내가 생각한 것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경문 감독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선수들을 신뢰하는 '뚝심의 야구'는 계속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로 젊은 선수들과는 더 많은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믿고 기다리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형님도 될 수 있고 때로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한화 선수단에 전하는 메시지를 통하여 "야구는 한 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운동이 아니라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이다. 팀이 어려울 때니까 한 사람의 마음보다는 같이 마음을 모아서 한 경기, 한 경기씩 풀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 감독 이후로는 3년 만이고, KBO리그 현장 복귀는 6년 만이다. 한화에서는 이번엔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목표를 잘 이루고 떠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젊은 감독들이 득세하던 최근의 KBO리그에서 '올드보이' 김경문의 복귀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김 감독은 과연 한화에서는 못다한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선배 삼김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명예롭게 한화를 떠나는 첫 감독으로 남을 수 있을지, 야구팬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김경문호'의 출발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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