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경쟁 사이…NC 김주원-김휘집 “서로 놀란 트레이드, 정신 번쩍 들었죠”

고봉준 2024. 6. 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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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김휘집(왼쪽)과 김주원. 2002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둘은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는 각오다. 부산=고봉준 기자

“우리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죠.”

고등학교 때까지는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실력이 뛰어난 내야수 정도로 소문만 들었다. 친분은 함께 1군 무대에서 뛰면서 쌓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절친한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 같은 소속팀이 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관계가 됐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2002년생 동갑내기’ 김주원(22)과 김휘집(22)을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김휘집이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되면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 둘은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한 식구가 됐다. 우리가 함께 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이번 트레이드는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고 본다. 친구의 장점을 배워가면서 몇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NC는 최근 키움으로부터 김휘집을 받는 대신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신인 지명권 두 장이 포함된 트레이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원(왼쪽)과 김휘집. 사진 NC 다이노스

키움과 NC의 트레이드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김주원과 김휘집의 ‘묘한 관계’ 때문이다. 둘은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나란히 1라운드 6순위와 9순위로 선택받았다. 방망이의 정교함은 떨어져도 장타력과 어깨가 뛰어난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김주원은 지난해부터 NC의 내야 야전사령관을 맡아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고, 김휘집도 김하성의 뒤를 잇는 차세대 유격수로 성장했다. 둘은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도 번갈아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그러나 김주원이 올 시즌 들어 타격 부진을 겪으면서 NC의 고심이 깊어졌다. 강구책을 찾던 NC 강인권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기울인 김휘집 영입을 추진했다. 김주원과 김휘집이 함께 뛴다면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얼마 전까지는 키움이 김휘집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 트레이드는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키움 신인 내야수 이재상과 고영우가 활약하면서 여지가 생겼고, NC가 신인 지명권 두 장을 내놓기로 결정해 트레이드가 결정됐다.

트레이드 당일 아침 숙소에서 이 소식을 들은 김휘집은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나오려는데 동료들이 마중을 나와 줬다. 작별 인사를 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면서 “키움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구단이다. 고형욱 단장님과 홍원기 감독님을 비롯해 정말 많은 분들께서 신경 써주셨다. 그런 친정팀을 떠나려고 하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트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준 NC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 아직 부족한 선수인데도 나를 믿고 영입해주신 만큼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고 각오를 밝혔다.

NC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김휘집(왼쪽)과 김주원. 2002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둘은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는 각오다. 사진 NC 다이노스

김휘집의 트레이드는 친구인 김주원에게도 더 없는 자극제가 됐다. 강인권 감독은 최근 들어 김휘집과 김주원을 차례로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면서 경쟁심을 불어넣고 있다.

김주원은 “(김)휘집이와는 프로 데뷔 후부터 친해졌다. 또, 지난해 APBC에서 함께 뛰면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누구보다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면서 “휘집이가 오면서 ‘이것이 프로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그동안 조금은 나태해졌던 내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적하자마자 안타를 때려내고 다음날에는 홈런까지 신고한 김휘집은 “(김)주원이가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트레이드되고 나서 많이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슬픈 감정은 넣어두려고 한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만큼 주원이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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