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한맺힌 창원 LG, '역대급 빅딜'에 담긴 의미
[이준목 기자]
▲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경민 영입 소식을 전한 창원 LG 세이커스. |
ⓒ 창원 LG 세이커스 인스타그램 |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가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하여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나섰다. 6월 4일 LG는 공식발표를 통하여 타 구단들과 연이은 1대 1 대형 트레이드를 한꺼번에 성사시켰음을 전했다.
LG는 원주 DB와의 거래를 통하여 이관희를 보내고 두경민을 영입했다. 고양 소노와는 이재도를 보내는 대신 전성현을 영입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도 이승우를 보내고 최진수를 데려왔다.
이재도와 이관희는 몇 년간 LG 전력의 중추 역할을 했던 핵심선수다. 이재도는 현재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꼽히며, 이관희는 득점력이 좋은 리듬슈터이자 최근 연애 예능 출연 등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셀러브리티이기도 하다.
또한 이승우는 2021년 1라운드 5순위로 발탁했던 스윙맨 유망주였다. LG는 팀에 오랫동안 공헌해온 주전과 미래 자원을 과감하게 내주면서 확실한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보강했다.
전성현은 뛰어난 3점슛과 오프더볼무브 능력이 돋보이는 국가대표 슈터로 KBL 통산 9시즌간 총 84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적중률은 38.5%에 이른다. 지난 시즌에는 허리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후배인 이정현에게 에이스 역할을 물려줘야 했다. 하지만 건강하다면 전성현은 커리어하이인 2022-23시즌처럼 여전히 리그 최고의 토종 득점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두경민은 DB에서 2017-18시즌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던 정상급 듀얼가드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부상에 이어 태업 논란까지 겹치면서 DB에서 완전히 전력 외로 분류됐다. DB는 이미 가드진에 이선 알바노와 유현준에 이어 김시래까지 FA로 영입하면서 더 이상 두경민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진수는 LG의 약점인 포워드진에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장신 포워드 자원이다. 최진수는 스피드와 사이즈를 겸비하여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을 두루 소화할 수 있으며, 30대 중반으로 운동능력이 하락한 지금도 수비범위와 활동량에 있어서는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는 FA가 된 정희재가 소노로 떠나고 양홍석의 군입대로 생긴 포워드진의 공백을 최진수로 메울 수 있게 됐다.
동시다발 대형 트레이드... '새판짜기' 선택한 LG
LG발 '빅딜' 폭풍은 그야말로 리그 판도를 뒤흔들 만한 깜짝 소식이 아닐 수 없다. LG는 여러 구단과의 1대 1 대형 트레이드를 동시다발로 성사시키며, 그야말로 완전히 팀을 갈아엎는 수준의 '새판짜기'를 선택했다.
LG의 파격 행보를 둘러싼 배경은 '우승'에 대한 한풀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LG는 1997년 창단 이후 대구 한국가스공사- 수원KT(전신 포함)와 더불어 아직까지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전무한 세 팀 중 하나다. 정규시즌 우승도 2013-14시즌 단 1번뿐이다.
특히 LG의 무관 흑역사를 대표하는 징크스가 바로 '2위의 저주'다. LG는 정규시즌 2위만 무려 6번이나 기록했다. 1위와 더불어 6강전을 건너뛰고 4강에 바로 직행할 수 있는 2위는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매우 중요한 어드밴티지로 꼽힌다.
하지만 LG에게는 아니었다. LG는 6번의 2위 중 2000-01시즌 단 한 번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을뿐, 1997-1998시즌(VS 부산 기아), 2002-2003시즌(VS 원주 TG삼보), 2006-2007시즌(VS 부산 KTF), 2022-23시즌(VS 서울 SK)과 2023-24시즌(VS 수원 KT)까지 무려 5회 연속으로 3위팀에게 '업셋'을 당하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조차 실패하는 굴욕적인 진기록을 세웠다.
굳이 2위 징크스만이 아니더라도 LG는 전통적으로 단기전에 매우 약했다. LG의 정규리그에서는 통산 승률이 .515(726승 682패)에 이르는 것과 달리, 플레이오프 통산 성적은 30승 56패로 승률이 .348에 불과한 탓에 구단 마스코트를 빗대어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안아야 했다.
특히 최근 2시즌 연속 2위를 차지하여 4강에 직행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고비를 넘지못하고 무너진 것은 LG의 자존심에 큰 상처로 남았다. 조상현 감독은 2022년 LG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수비농구'로 팀컬러를 정비하여 성적을 반등시켰다. LG는 2시즌 연속 리그 최소실점팀에 등극할 만큼 탄탄한 수비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는 해결사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LG의 1옵션 외국인 선수였던 아셈 마레이는 리바운드와 골밑장악력이 빼어나지만 일대일능력이나 장기인 선수는 아니었다. 자밀 워니와 김선형을 앞세운 SK, 허훈과 파리스 배스의 KT 등, 강력한 원투펀치들을 보유한 팀에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무너진 것은 LG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결국 LG는 기존 전력으로는 정규시즌은 몰라도, 플레이오프에서 도저히 우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해결사 기질이 뛰어난 전성현이나 두경민을 LG가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LG는 전통적으로 예전부터 리그에서 외부 영입과 트레이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팀이기도 하다. LG에서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 조성원(2000-01시즌)과 문태종(2013-14시즌) 모두 이적생 출신이다. 김시래, 이관희, 이재도 등도 모두 다른 팀에서 스타덤에 오른 뒤 LG를 거쳐간 선수들이다. 반면 LG에서 신인왕까지 오른 김종규, 정성우, 이현민 등은 모두 팀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LG는 역사에 비하여 뚜렷한 프랜차이즈스타나 영구결번 선수가 아직 없는 팀이기도 하다.
이처럼 LG의 파격적인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는 다음 시즌 '윈나우'에 대한 강렬한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부산 KCC와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가 핵심선수들이 대부분 건재하여 다음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적생들의 네임밸류는 뛰어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만만치않게 존재한다. 전성현은 뛰어난 슈팅능력에 비하여 수비력이 떨어지고 잔부상이 잦다는 약점이 뚜렷하다. 두경민은 경기외적인 멘탈 문제가 항상 불안요소로 지적받는다. 여기에 최진수까지 이적생들이 모두 30대를 훌쩍 넘겼다는 것은, 라인업의 고령화에 따라 팀의 장점이던 수비력과 에너지 레벨의 약화로 위어질 위험성도 있다.
과연 LG의 변화는 지난 시즌의 KCC같은 또다른 '슈퍼팀'의 탄생일까. 아니면 SK처럼 '슈퍼 올드팀'의 실패사례로 남게될까. 2024-25시즌 LG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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