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재검토 지시 직전, 군사보좌관-안보실 13번 연락
[김도균, 김화빈 기자]
▲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지난해 8월 8일 국방부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조사한 해병대수사단 기록을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기 직전 박진희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육군 대령(행정관)이 하루 동안 13차례 연락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3일 입수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의 통신기록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김아무개 대령과 지난해 8월 8일 오전 8시 59분첫 통화를 시작으로 이날 하루 동안 모두 13차례(음성통화 10회, 문자 3회) 소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 사이의 첫 통화보다 약 1시간쯤 앞선 이날 오전 7시 55분 윤석열 대통령은 개인 핸드폰으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3초가량 통화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의 비서역할을 하는 박 전 보좌관과 안보실 행정관이었던 김 대령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재조사 결정 전날·당일 집중적 통화... 평소 연락하던 사이도 아냐
두 사람 사이의 통화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날이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하기로 결정한 8월 9일 바로 전날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 2일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적시한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지만, 당일 오후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기록을 되찾아 왔다.
이후 8월 9일부터 사건 재검토에 착수한 조사본부는 해병들에게 수중수색을 직접 지시한 대대장(포7대대장·포11대대장) 2명에게만 업무상과실치가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신기록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과 김 대령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8월 9일에도 오후 5시15분께 43초 동안 통화하는 등 2차례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두 사람이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통신기록 조회기간인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13일 동안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단 이틀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통화는 국방부 조사본부 재조사가 결정되기 전날인 8일 13회, 결정 당일인 8월 9일 2회가 전부다.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통화를 한 것이다.
박 전 보좌관과 김 대령의 통화가 채 상병 사건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가 다시 들여다보기 직전에 집중되었다는 점은 대통령실이 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런데 '8월 9일'은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직접 작성한 메모에도 등장한다. '8월 9일'과 물음표(?) 세 개가 적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부사령관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에서 "(이종섭)장관이 8월 9일 현안을 보고한 이후 다시 조사해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부사령관 메모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를 받은 시각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돌연 취소된 직후인 오후 2시 20분~25분 사이로 나와 있다.
박정훈 대령 측은 "안보실 파견 김아무개 해병대 대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취소될 때까지 안보실과 해병대사령부 사이를 연결하는 채널 역할을 했다면, 김아무개 육군 대령은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다시 들여다보고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인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 과정에서 국방부-안보실 간에 오고간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통로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 국방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8일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에 대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검토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 박주민 의원실 제공 |
이날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고 채OO 상병 사망사고 해병대 조사결과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는 여러 관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고, 해병대 수사단장이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위반한 혐의에 대하여 군형법상 항명죄로 수사를 받고 있어 관련 조사를 공정하게 계속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법무관리관실은 이러한 점을 들어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여 재검토하도록 한 후, 경찰 이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범위 내에서 절차에 따라 조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이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8월 10일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이 국회를 찾아 관련 의원실을 돌면서 '해병대 사망사고 조사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한편, 이종섭 전 장관의 해당 기간 통신기록 조회자료를 <오마이뉴스>가 분석해 보니 신원식 의원은 이 전 장관에게 ▲ 7월 28일 2회 ▲ 7월 29일 1회 ▲ 7월 30일 1회 ▲ 8월 1일 1회 ▲ 8월 4일 5회 ▲ 8월 5일 1회 ▲ 8월 7일 5회 ▲ 8월 8일 1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길게는 9분 넘게 통화하며 총 55분 43초 동안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신 의원은 8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류 저질 정치인의 악습 흉내를 낸다"라며 이 사건을 수사하다 되레 항명죄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박정훈 대령을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또 그는 지난해 8월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이게 안타깝지만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면서 "그런데 이게 8명이나 다 (혐의자로) 처리할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원식 의원은 이종섭 전 장관에 이어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국방부 장관에 임명돼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박진희 전 보좌관은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56보병사단장을 맡고 있고, 안보실에 파견되었던 김 대령도 지난 상반기 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의혹을 수사하고 있는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해병대수사단 조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과정에 국방부 수뇌부가 개입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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