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좋아해서” 신생아 불법입양…숨지자 밭에 유기한 남녀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며 신생아를 불법 입양한 뒤 숨지자 밭에 유기한 동거 남녀가 1년 만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4일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성 B씨를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24일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구에서 여자아이를 불법 입양했다. 친모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된다”며 네이버 지식인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 글을 올렸고, 이중 오픈 채팅방에서 두 사람과 접촉한 친모는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뒤 출생신고만 한 채 아이를 불법 입양시켰다.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인 능력은 없었지만, 아이를 좋아해서 입양했다”라고 진술했다. 다만 불법 입양 사실이 드러날까 봐 신생아 예방접종 등 조처를 하지 않았고,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경찰은 아이가 입양 2주 안에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사람은 거주지인 경기도 동두천시 집에서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포천시에 있는 친척 집 인근 밭에다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집은 친척이 거주하지 않고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들 범행은 행정 당국이 경찰에 단서를 제공하고 경찰이 끈질긴 수사를 진행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대구 동구는 출생 신고된 여아의 ‘정기예방접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자 지난 2월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곧바로 친모에게 접촉했지만, 이들이 오픈채팅방에서 만나는 바람에 A씨와 B씨 휴대전화 번호를 알지 못하는 등 단서가 별로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다 두 사람은 렌터카를 타고 와서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아이를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십차례 통신·계좌 등 압수 수색에 나서는 등 100여 일간 집중 수사했고 A씨와 B씨를 찾았다. 처음에 범행을 부인하던 두 사람은 결국 사체 유기 등 모든 범행을 털어놨다고 한다. 현재까지 금전 거래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박정식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앞으로도 불법 입양 범죄를 엄정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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