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칼럼]"트럼프 승리 시, 고금리·인플레 재점화...재정적자 심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앞서는 것은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특히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면 이 두 가지 문제는 훨씬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지난주 내년 일몰 예정인 2017년 감세 및 일자리 법안의 연장을 포함한 예산조정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확인했다. 합동조세위원회는 이에 따른 감세 연장 비용이 당초 추정보다 50%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상원에서는 공화당 로저 위커, 미치 매코널 의원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비 지출과 감세에만 10조달러 이상의 추가 차입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방비 증액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브라이언 리들 맨해튼 인스티튜트 재정정책 분석가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것이 바로 오는 11월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내년 의제를 통제하게 될 사람들의 목표라는 점이다.
이상하게도 대선 캠페인의 방향은 공화당이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는 동떨어진 채 지속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 생각은 지난 4년간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았으니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아 2019년 말의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벌어질 일들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든, 앞서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조달러의 경제 구제 지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홍해 선박 공습 등의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 일의 범위를 넘어 일어난 일들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법사가 아니며,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했을 때 그 역시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상황을 처리해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미 경제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의 지속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금 부진한 상태였다. 핵심 연령층의 노동시장참여율은 최고치를 훨씬 밑돌았고, 금리는 장기간 제로에 가까웠고, 인플레이션은 잠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기회로 삼아 거시경제적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세금을 감면하고, 국방비를 늘리고, 국내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다만 인기 없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제외됐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약간 올랐지만, 당시 경제에 여력이 있었기에 아무도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로선 이러한 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실업률은 매우 낮고 고용은 완전히 회복됐으며, 이민으로 인해 노동력 규모는 팬데믹 이전 추정치보다 증가했다.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은 다른 부문에서 연방지출을 극적으로 삭감하지 않는 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까? 분명히 가능한 일이다. 공화당이 추진하는 예산조정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청정에너지 지출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폐지하려 할 것이다. 동시에 공화당은 세금 집행에 대한 지출, 처방약 가격에 대한 규정 폐지도 약속하고 있다. 이는 모두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부분들이다. 해당 법안은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의도로 만들어졌기에, 이를 폐지하면서 재정 균형을 맞추기란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가장 큰 프로그램들인 메디케어, 사회보장제도를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남게 된 것은 저소득층,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장기요양을 제공하는 메디케이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집권 당시에도 오바마케어 폐지의 일환으로 메디케이드에 대한 대규모 삭감을 시도했었다.
다만 이번에는 공화당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존슨 의장은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입법 계획이 유동적이라면서 의료 분야에 "많은 혁신과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과 변화’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요구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는 공화당이 국가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대답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해 글로벌 긴장이 고조되고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적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뾰족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대규모 감세가 적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지속적인 노동자 유입을 차단하면서 많은 인력을 추방하려는 공격적 행보(공화당의 이민정책)는 ‘마가 노믹스(트럼프측 대선 구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경제정책)’의 근본적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만약 공화당이 다른 부문에서의 삭감으로 이 문제를 상쇄시킬 계획이 있다면, 유권자들은 그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또한 이보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즉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국가 신용카드로 긁고자 한다면, 유권자들도 그 의미를 알고 고민할 자격이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재정확장정책을 펼쳤을 때는 잘 작동했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그가 현 공약대로 당시 정책을 반복해 실행할 경우 진정한 재정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매튜 이글레시아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If Trump Wins, His Deficits Are Going to Be Yug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칼럼 원제목의 ‘Yuge’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평소 ‘Huge’를 ‘Yuge’로 발음하는 것에서 유래해 그의 말투를 풍자할 때 쓰이는 속어다. 거대하다는 뜻의 Huge보다 더 과장된 느낌으로 해석된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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