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당했다"…80대 건물주 살해한 지적장애인 징역 15년

지난해 11월 김모씨가 80대 건물주 A씨를 살해한 직후 서울 영등포동의 한 건물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이보람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30대 지적장애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2)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5년간의 보호관찰도 함께 명령했다. 다만 김씨에 대한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청구는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건물주 A씨(83)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적장애인인 김씨는 영등포 공동주택 재개발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던 인근 모텔 업주 조모(44)씨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을 조사됐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조씨는 김씨에게 무전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흉기 활용 연습을 시켰다. “조씨가 김씨를 가스라이팅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반감을 가졌다는 이유로 목 등을 칼로 수회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고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독자적 판단에 따라 계획해서 실행한 것이 아니라 지적장애를 이용한 교사범의 사주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는“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했고 모텔 업주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김씨에게 살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씨는 살인교사, 근로기준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씨는 지난 3월 열린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