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합류… 삼성에게 라팍볼의 시대가 오는 것인가

김효경 2024. 6. 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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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역전 3점포를 터트리고 베이스를 도는 삼성 박병호. 사진 삼성 라이온즈

드디어 '라팍볼'의 시대가 오는 걸까. 삼성 라이온즈가 박병호(38)의 가세로 장타력을 보강했다. 홈런이 잘 나오는 홈 구장의 이점을 살릴 기회다.

2016년 개장한 삼성의 홈 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에서 담장까지 거리는 중앙 122m, 좌우 99.5m로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 100m) 다음으로 멀다. 하지만 외야 담장 모양이 부채꼴이 아닌 팔각형 형태다. 그래서 좌우중간이 다른 곳에 비해 짧다. 홈런 팩터(홈런이 나오는 비율을 다른 구장과 비교한 수치)도 매년 최상위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은 홈에서 '홈런 적자'를 봤다. 안방에서 친 홈런보다 상대팀에게 내준 홈런이 더 많았다. 8시즌을 치르면서 홈런이 피홈런보다 더 많았던 건 2번 뿐이다. 2019년과 2021년이다.

2019년(홈런 72개-피홈런 71개)은 사실상 '본전'이고, 2021년(82개-70개)만 이득을 봤다. 시즌 29홈런 중 21개를 라팍에서 친 중거리 타자 호세 피렐라의 공이 컸다. 그해 FA로 영입한 오재일도 25개 중 15개를 대구에서 쳤다. 2022년(60-79)과 지난해(53-63)에도 친 홈런보다 맞은 홈런이 더 많았다. 그래서 2023시즌 후 부임한 이종열 단장이 담장 높이를 올리는 걸 고민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이적 후 첫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삼성 박병호. 연합뉴스


올해는 모처럼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거포 김영웅이 성장하고, 만년 기대주 이성규이 장타력을 폭발시켰다. 외국인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이 정교함에 비해 홈런(4개)은 부족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장타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지난달 28일까지 라팍에서 33개의 홈런을 치고, 32개를 내줬다.

그리고 29일 박병호가 트레이드로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박병호가 첫 경기에서부터 홈런을 치더니 5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렸다. 홈에서 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삼성이 친 홈런은 9개. 내준 홈런은 5개였다. 박병호 합류 후 마진이 +1에서 +5로 바뀌었다. 이 추세라면 +12로 끝날 수 있다. 라팍 개장 이후 최고다.

박병호는 KT에선 선발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박병호 스스로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세심한 성격의 그가 편하게 마음을 먹으면서 방망이가 살아났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선수가 이적을 하게 되면 동기 부여가 되고, 달라지는 계기가 생긴다. 게다가 박병호는 라이온즈파크가 본인에게 맞는 구장인 듯하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이 박병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왼손타자 쪽에 쏠려있던 팀이다. 간판타자 구자욱과 팀내 홈런 1위 김영웅은 모두 좌타자다. 류지혁 역시 우투좌타다.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은 0.274로 나쁘지 않으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0.257로 리그 평균에 못 미쳤다.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 연합뉴스

그런데 좌타자 오재일이 떠나고 우타자 박병호가 왔다. 1루수로 포지션이 같은 둘의 수비력은 막상막하다. 결과적으로 유연하고 균형감 있는 타순 구성이 가능해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우타 거포가 부족하고 좌타자 비중이 높다 보니 좌완 선발이 나오면 어려움을 겪었다. 박병호가 가세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만족했다.

삼성은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 심정수 등 거포들이 즐비했던 팀이다. 팬들도 홈런이 늘어나면서 환호하고 있다. 양준혁 위원은 "삼성은 오래 전부터 홈런을 많이 치는 시원한 야구를 했다. 라이온즈파크에 온 뒤엔 장거리 타자가 부족했는데 박병호의 합류와 김영웅의 성장으로 달라졌다"고 했다.

■ 삼성의 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홈런-피홈런 변화

「 *2024년은 6월 3일 기준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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