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친정팀 컴백' 김세인, 가치 증명 해낼까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와 정관장이 유망주와 백업선수들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구단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들블로커 이예담과 아포짓 스파이커 신은지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보내고 세터 하효림과 아웃사이드히터 김세인, 2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받아오는 2: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구단 관계자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이루어지게 되었다"며 "선수들 모두 새로운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 작년 8월 정관장으로 트레이드됐던 김세인은 10개월 만에 도로공사로 돌아가게 됐다. |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
2022년 컵대회 MIP 수상하며 급부상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미국처럼 선수들이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갑작스럽게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팀으로 이적했던 선수가 구단의 선택, 또는 본인의 의지에 의해 친정팀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김세인처럼 만 21세의 어린 나이에 3번이나 이적을 경험하는 선수는 무척 드물다.
선명여고 출신의 김세인은 2021년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 선명여고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에 선정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웃사이드히터로는 크지 않은 신장(172cm) 때문에 프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2021-202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 지명됐다(당시 페퍼저축은행은 1라운드 지명권 7장 중 5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신생구단이었음에도 이미 이한비와 박경현으로 2021-2022 시즌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를 정했고 전체 2순위 신인 박은서가 백업 1순위로 낙점됐다. 결국 김세인은 루키 시즌 31경기에 출전했지만 92세트 동안 단 6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시즌 후반에는 리베로로 출전하는 경기도 있었다. 고교 시절 날카로운 서브와 빠른 스윙을 자랑하던 김세인이 후방에서 수비만 하는 것은 사실 '재능낭비'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세인의 다른 재능을 높게 평가한 지도자가 있었으니 바로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이었다. 김종민 감독은 2022년 FA시장에서 이고은 세터(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자 김세인을 이고은 세터의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일부 배구팬들은 임명옥 세터의 리베로 후계자로 키우기 위한 영입이라고 예상했지만 김종민 감독은 김세인을 리베로가 아닌 공수를 겸비한 아웃사이드히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세인은 이적 후 첫 공식대회였던 2022년 컵대회에서 도로공사의 주전아웃사이드히터로 출전해 5경기에서 69득점을 올리는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2022년 컵대회 우승팀은 GS칼텍스 KIXX였고 GS칼텍스의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이 대회 MVP에 선정됐지만 2022년 컵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단연 김세인이었다. 2022년 컵대회에서 MIP에 선정된 김세인은 단숨에 도로공사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떠올랐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을까
하지만 김세인은 2022-2023 시즌이 개막한 후 박정아(페퍼저축은행)와 문정원, 전새얀 같은 선배들에 밀려 주로 웜업존에 머물렀다. 실제로 김세인은 2022-2023 시즌 31경기에 출전했지만 63세트에서 11득점을 올리는 아쉬운 활약에 그쳤다. 결국 김세인은 2023년 8월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과 박은지 세터의 반대급부로 안예림 세터와 함께 정관장으로 팀을 옮겼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2년 연속으로 비 시즌에 팀을 옮기게 된 것이다.
김세인은 정관장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관장은 2023-2024 시즌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와 부상에서 돌아온 이소영(IBK기업은행 알토스)이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고 이소영이 없을 때는 박혜민과 이선우 등이 아웃사이드히터 자리에서 활약했다. 김세인은 정관장 이적 후에도 컵대회 3경기에서 45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정작 V리그 개막 후에는 19경기에서 19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정관장은 7년 만에 힘들게 올라간 봄 배구에서 이소영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흥국생명에게 1차전을 내줬고 고희진 감독은 3월 24일 대전에서 열린 2차전에서 김세인을 선발 출전시켰다. 그리고 흥국생명의 블로킹이 지아와 메가왓티 퍼티위에게 집중된 사이 김세인은 9득점을 올리는 깜짝 활약을 선보이면서 정관장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이처럼 봄 배구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에도 김세인과 정관장의 동행은 한 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김세인은 3일 도로공사와 정관장의 트레이드를 통해 10개월 만에 도로공사로 돌아가게 됐다. 이로써 김세인은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연속으로 이적을 경험하게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다만 전혀 새로운 팀이 아니라 2022-2023 시즌에 활약했던 '친정' 도로공사로 돌아오게 된 것은 김세인에겐 긍정적인 일이다. 김종민 감독이 김세인을 이적시킨 후 다시 한 번 김세인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다음 시즌 FA로 영입한 '국가대표 에이스' 강소휘와 쿠바 출신의 아시아쿼터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가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출전할 확률이 높다. 여기에 전새얀과 이예림, 문정원 등 쟁쟁한 포지션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이 그저 '컵대회 전문선수'로 써먹기 위해 떠났던 김세인을 다시 영입했을 리는 없다. 과연 10개월 만에 김천으로 돌아온 김세인은 도로공사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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