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 기념 학술회의 "6·3학생운동은 근대화·민주화의 중요한 분기점"
[김현석 기자]
▲ 6·3학생운동 60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6월 3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서울 종로구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 정원에서 열렸다. |
ⓒ 장성하, 민족예술창작원 마당판 |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정권은 집권 일주일만에 자유 우방과의 친선 강화를 천명하고, '한·일예비회담'과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한다. 김홍일 당시 외무부 장관은 "구 정권의 무능을 넘어서고, 복지국가 재건"을 다짐하면서 "혁명공약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1964년 3월 정부는 한·일회담 재개를 결정했고, 3월 24일 이에 반발하는 대학가 시위가 확산됐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 선포와 1965년 위수령 발동으로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시위는 종결된다.
올해로 6·3학생운동이 60주년을 맞는다. 6·3학생운동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이를 기념하고자 6·3학생운동 60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6월 3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서울 종로구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 정원에서 열렸다. 이부영·송철원·김도현·현승일 등 6·3 참여 및 후원자들의 발의로 열린 이번 행사는 6·3학생운동 60주년 기념 학술회의 준비위원회가 주최, (사)현대사기록연구원과 (사)민족예술창작원-마당판이 주관했다.
이날 학술회의가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에서 열린 것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 장소의 의미에 대해 주최측은 "윤보선은 대한민국의 제4대 대통령으로, 6·3항쟁 당시 굴욕적인 한·일회담과 한·일협정 조인 및 비준 반대투쟁에서 학생들과 발걸음을 함께 했던 분"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6·3항쟁 60주년 기념행사를 '윤보선 고택'에서 갖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 송철원 전 건국대 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학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 왼쪽부터) |
ⓒ 장성하, 민족예술창작원 마당판 |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6·3학생운동의 전개과정과 냉전체제 속에서 6·3학생운동의 의미를 비롯해 한국병합조약에 나타난 위법성을 검토하는 발표로 이어졌다.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과정과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발제로 주목 받았다.
당시 6·3항쟁에 참여한 송철원 전 건국대 교수는 6·3운동을 4·19혁명과 비교하며 운동의 전개과정을 정리했다. 두 운동은 피해 양상과 미국의 역할에서 차이를 보였다.
송 전 교수는 "4·19혁명 과정에서 186명이 사망한 반면, 6·3운동에서는 이윤식·김중배 두 학생이 사망했는데, 이는 박정희가 4·19를 타산지석 삼아 대응한 결과"라면서 "4·19혁명은 미국의 압력으로 이승만이 사임하면서 성공했지만, 6·3학생운동은 미국의 협조 아래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과 위수령으로 (탄압해) 운동의 동력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6·3세대에 의한 반독재투쟁에 대해 "후배세대와 함께 힘을 합쳐 1993년 군부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문민민주주의 정권이 탄생하는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6·3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제정치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의 냉전구조와는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한국이 최전방 방위선이 됐다"면서 "(동아시아 방어선 구축을 위해) 일본을 중심으로 한 방위선 구축이 이뤄졌고, (한·일관계가 순조로운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6·3사태가 발생한 것"라고 밝혔다.
최 명예교수는 "'한·일 국교정상화'가 미국으로서는 냉전을 운영하기 위해 절박하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한·일 국교정상화는 미국이 배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 6·3학생운동 60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6월 3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서울 종로구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 정원에서 열렸다. |
ⓒ 장성하, 민족예술창작원 마당판 |
특히, 북·일관계에 있어서 "아베 총리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3원칙, 즉 ①납치 문제는 일본에 중요한 과제 ②납치 문제 해결없이 국교 정상화는 없다 ③피해자 전원이 생존하고 있으면, 전원 생환 요구에 따라 아베 이후에도 계승되어 대립·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키 명예교수는 지난해 일본 기시다 총리와 북한 김여정 당 부부장 간의 담화 과정을 주목하면서 "북한이 북·일 국교정상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향후 동북아시아 평화는 "일본-한국-북한이 냉철한 제휴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고, 한국정부가 북·일 교섭과 국교정상화를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한국병합조약의 불법성과 한·일협정', '법을 통해 본 한·일관계의 현 단계'라는 발제를 통해 강제조약과 불법강점에 대한 법적 유효성을,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미국 비밀문서를 중심으로 '6·3운동의 진실과 영향, 그 위상 : 국제·남북·국내 차원의 조망 - 미국비밀문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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