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대대장 "퇴원 요청 예정... 부여된 임무 최선 다할 것"
[김도균 기자]
▲ 지난 4월 22일 오전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한 해병대 제1사단 제7포병 대대장과 김경호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해 예천군 수해로 순직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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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많이 옵니다. 응원의 문자와 전화가요. 힘내고 있습니다. 나쁜 생각 안 하고 부여된 임무에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퇴원시켜달라고 할 예정입니다. 가서 부하들 위로해 줘야죠. 장교가 저 한 명뿐이라 지금 힘들 겁니다."
지난주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채 상병의 직속상관 이아무개 중령이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부대 복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지역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채 상병의 소속 부대장(해병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었던 이 중령은 4일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 중령은 채 상병 순직에 대한 죄책감과 군 간부들의 집단 따돌림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다 군의관의 권유로 경기 지역의 한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다. 군의관은 소견서에서 이 중령이 앓고 있는 증상을 '우울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이 중령은 김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의견문을 통해 "채 상병의 빈소에도 가보지 못한 채 최근 5개월여 동안 부대와 분리돼 하는 일 없이 출·퇴근만 하고, 부대원들과 연락도 못 한 채 고립된 상태로 있었다"고 밝혔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을 밝힌 이 중령은 "최근 지휘관급 간부의 소집 교육이나 대대장들의 리더십 교육 등에도 제외돼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했다"면서 "가족 곁으로 가고 싶어도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갈 수 없고, 보직 해임을 당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입원 치료를 권유해 입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한번 고 채 해병의 명복을 빌며 부모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제가 조금만 더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는데 죄송하다"면서 "지휘관으로서 제가 받아야 할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중령의 정신병동 입원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임관 동기인 해병대 사관 89기들이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관 89기 동기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견문에서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과 충격을 안겨줬다. 우리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모든 관계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천명했다.
동기회는 "진실을 밝히려던 포7대대장이 그가 사랑하고 그토록 헌신해 오던 해병대 조직으로부터 되려 소외를 당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면서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한 대우와 억압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기회는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 있는 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중령에게 가해진 부당한 대우와 조직 내 따돌림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이 중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과실을 인정한 8명 중 유일하게 자신의 법적 책임까지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런 장교에게 오히려 자신의 책임까지 모두 뒤집어씌우려는 전 사단장의 행태에 인간적으로 분노해, 차고 넘치는 증거(카톡과 녹취)를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공개했더니, 해병대 내부에서 집요하게 괴롭힘을 10개월간 진행하여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응원의 문자와 전화를 받은 이 중령이 다음 주에 퇴원시켜 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면서 "해병대는 박정훈 대령이나 이 중령 같은 장교들이 있어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지난해 7월 19일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 하루 전 집중호우로 불어난 하천 상황을 보고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에게 수변 수색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던 지휘관이다.
이 중령은 지난해 7월 18일 오전 6시 11분 "수변 일대 수색이 겁납니다. 물이 아직 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11대대장에게 전송했고, 이에 11대대장도 "이거 정찰을 어떻게 할지... 도로 정찰해야 할지 완전 늪지대처럼이라 하루 1km도 힘들겠다"라고 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포11대대장이었던 최아무개 중령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 중령은 지난해 12월 대대장직에서 해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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