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돌고래와 부르려고 만든 노래입니다

김영동 2024. 6. 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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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찾아 제주에 온 지 3년... 자작곡 <제주에 살고 싶어요> 발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영동 기자]

 예혁 노래 <제주에 살고 싶어요> 음원 이미지
ⓒ 예혁
 
"여행 하러 오셨어요?"

서울에 거주할 때는 일상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이런 질문을 여행자의 땅, 제주에서는 종종 듣곤 한다. 헤어숍에서도, 식당에서도, 버스에서도 나는 들어본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포교하시는 분들이 다가와 던지는 첫 멘트도 그랬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니오.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지 이제 3년째 되었다.

서울에서도 역세권 대신 '산새권'을 선호했던 자연성애자이기에 나는 제주에 이주해서 바닷가에 둥지를 틀었다. 화북동 해안에 얻은 작은 방은 제주항에서 들려오는 뱃고동으로 하루를 열 수 있는 곳이다.

거실 창문을 열면 멀리 한라산 마루가 하늘을 보고 태평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의 방은 제주 올레길 18코스 바로 옆이어서 창가의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면 올레길 여행자들의 미소가 눈앞을 오간다.

스무 살 때부터 살아낸 서울에서의 길들도 다른 의미의 '18코스'였다. 미세먼지처럼 미세 좌절들이 자욱했다. 시대는 부유하지만 삶은 부실한 세상의 고발인이 되고 싶어 나는 사회운동가로 살았다.

'정의'라는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떠 큰 강 너머를 향해 던졌다. 그러나 수면에 몇 번 통통 튕기다가도 대개 멀리 가지 못하고 이내 가라앉기만 했다. 수심(水深) 아래에 소망탑처럼 돌들이 쌓여갈수록 수심(愁心)이 늘어갔다.

강물의 파동을 관찰하다가 강물이 될 뻔도 했으나 강물이 되지 못하여 강물 같은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졌다. 강물로 흘러 바다에 닿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퐁당퐁당 음표 같은 오름들이 파도를 이루어 바다로 향하는 제주를 새로운 삶의 여행지로 정했다.
 
  MBC제주 <로그인제주>에 소개된 예혁의 활동 (방송 2023년 7월 28일. 화면 캡처)
ⓒ MBC제주
나는 지금 음악으로 오름 하나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자신을 뜨겁게 토해내어 천연의 예술이 된 오름을. 그래서 미확인여행물체가 되어 제주에 날아왔다. 이사하던 그날, 나는 할인매장에서 2천 원에 구매했었던 슬리퍼를 신고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슬리퍼에게는 역대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라본 시간이었으리라.

그리고 3년쯤 흐른 지난 5월, 나는 <제주에 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노래를 '예혁'이라는 활동명으로 발매했다. 서울의 아스팔트를 어슬렁거리던 슬리퍼 위의 나에게 삼다도의 파도와 바람이 보내온 악상을 다듬어 만든 자작곡이다. 도시의 그을음으로 까맣게 탁해진 슬리퍼 바닥처럼 까만 현무암 위에서 새로운 비행을 시작하려는 마음을 노랫말에 담았다.

슬리퍼는 이제 제주에 산다. 김녕해변 하얀 모래밭 위도 거닐고, 선흘 곶자왈 숨골에서 쉬기도 하다가, 수월봉에서 파도를 관찰하며 요망진 돌고래를 기다린다. 강남역 출구 앞을 배회하는 대신 슬리퍼에 스며든 소금향을 맡으며 노래를 부른다. 화음을 쌓을 돌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누군가 '여행하러 오셨어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네, 새로운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 <제주에 살고 싶어요> 작사, 작곡, 노래 예혁 ⓒ 예혁

덧붙이는 글 | - 가수 예혁의 브런치 페이지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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