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의 고민 '누수·단열'… 주범은 조립식 공법?[부동산AtoZ]
분당 시범 우성·한양, 일산 백마3단지 등
"PC공법 적용된 단지 재건축 우선순위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2만6000가구 안팎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1기 신도시는 1990년도에 조성된 만큼 노후화에 따른 누수, 단열 문제 등이 있어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PC 공법(Precast-Concrete)이 적용된 단지에서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는데, 부동산 AtoZ에서는 PC 공법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PC 공법, 공기 단축 강점… 1기 신도시 적용됐지만 누수, 단열 문제 등 하자 발생
PC 공법은 벽과 바닥 등 콘크리트 부재를 미리 운반 가능한 모양과 크기로 공장에서 제작해서 현장에서 끼워 맞추는 조립식 공법이다. 사전에 만들어진 부재를 설치·시공해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타설하는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보다 30~50%까지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조립식 아파트 특성상 리모델링은 어렵고 재건축만 가능하다.
1988년 전후로 도입된 이 기술은 1기 신도시 개발에 주로 적용됐다. IBK투자증권이 지난 2월 공개한 '내일의 집, 모듈러: 제조업으로의 전환'에 따르면 1981년~1990년 평균 아파트 준공 물량은 11만6000가구였는데, 1기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평균 공급량은 36만6000가구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처럼 급격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1기 신도시 내 일부 단지에서 PC 공법이 선택됐다. 경기 성남시의 분당 시범단지 우성·한양, 고양시 일산 백마 3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기 신도시 개발 당시 급격한 아파트 공급 물량의 증가로 건설사는 공사기간 준수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1기 신도시 단지가 PC 공법으로 급하게 조성되고, 제조업체가 난립해 누수, 단열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PC 공법은 공사 기간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한이 오래될수록 접합부에서 누수나 단열 문제 등이 발생하는 단점을 지닌다. 현장에서 붓는 콘크리트는 기둥, 바닥 등이 하나로 연결돼 접합부 하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PC 공법은 조립식 공법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각 콘크리트끼리 만나는 접합부에 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1기 신도시를 개발할 당시 이 기술이 국내 도입 초기 단계였던 탓에 접합부의 문제를 보완하기 어려웠다. 이에 국내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 현장 타설 방식이 주류가 됐다.
PC 공법 적용에 따른 시공 품질 문제 지적돼도 선도지구 선정에는 영향 없어
PC 공법의 시공 품질 문제로 인해 공법 적용 단지의 재건축 연한을 20년으로 단축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경기 용인시는 '용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통해 철근 콘크리트 이외의 건물을 노후·불량 건축물로 분류한다. 이때 재건축 연한도 30년이 아닌 20년으로 적용된다. '도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 사업을 노후·불량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재건축 연한은 준공된 뒤 20년~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한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PC 공법 적용 여부를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의 선정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병길 국토부 도시정비기획단장은 "PC 구조인지 아닌지는 선도지구 선정과 관련 없다"며 "주민들이 얼마나 재건축을 희망하는지 보여주는 동의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C 구조 같은 구조적인 부분을 선도지구 선정기준에 넣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지만 "구조를 보기 시작하면 사실상 안전진단을 하는 것과 똑같고, 주민들의 불편함, 재건축 희망도 등을 바탕으로 한 선도지구 선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는 PC 공법 도입에 따른 접합부 등 시공 품질 문제가 있어 보완하더라도 이미 오래된 아파트다"며 "이처럼 이미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한다면 콘크리트 현장 타설로 지어진 단지보다 PC 공법이 적용된 단지를 재건축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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