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왔을 때 잡는 것" 50억 넘어도 불티…현금부자들 아파트 쇼핑

노경조 2024. 6.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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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 50억원 이상 거래 '85건'…전년比 2배
한남더힐·나인원한남 등 100억원 이상도 6건

서울에서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증했다. 고금리 장기화 속 자산가치가 높아진 현금 부자들이 초고가 아파트 쇼핑에 나선 결과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차분해진 것도 현금 부자들의 매수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불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는 계약일(해제사유 발생 제외) 기준 총 85건으로, 전년 동기(41건)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이 중 100억원대 거래가 무려 6건이었다.

초고가 거래가 많은 지역은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성동구 성수동1가 등에서 거래가 많았다. 이 중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44㎡는 지난 4월 120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고가 거래 중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이다. 이 아파트는 장윤정, 도경완 부부가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지역에 있는 '한남더힐' 전용 240㎡도 비슷한 시기에 120억원에 거래됐다. 다음으로는 3월 115억원에 매매된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245㎡가 초고층 거래 순위 상위에 들었다. 성수동1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는 지난달 109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90억원대 거래는 7건으로 집계됐다.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경우 100억원대 거래와 비교해 평수가 조금 작은 물건들이 거래됐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는 전용 175㎡가 90억원에 거래됐다. 이 밖에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96㎡가 89억원,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가 82억8000만원에 각각 새로운 집주인을 맞았다.

초고가 거래, 시장보다는 매물
브라이튼 N40 단지 내부 전경. / 사진제공=신영

지난해 1~5월 사이에는 100억원대 거래가 한남더힐 전용 240㎡ 1건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3월부터 건수가 늘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초고가 아파트는 시장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매물이 언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펜트하우스의 경우 몇 년 만에 한 번씩 나오기도 해 드문 거래에 가격이 큰 폭으로 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가들이 판단하기에 이런 입지에서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없다고 보면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지난해 8월 180억원에 거래되기 전 2022년 4월(135억원) 매매돼 시차가 컸다. 이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 중이다. 숨은 강자도 있다. 당초 민간임대로 공급된 강남구 논현동 '브라이튼 N40'는 전용 248㎡가 지난 4월 기준 1년 새 122억555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인 유재석이 매입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유명해진 이 아파트는 1년간 100억원대 거래가 3건에 달한다. 거래된 물건 중 평수가 가장 작은 전용 209㎡가 106억1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힘들지만 지난 4월부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저가 주택 거래 비중은 줄고 고가 주택 거래는 더 많아지고 있다"며 "경기 사이클이 개선될 조짐에 공급 희소성을 따진 거래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가 아파트가 자리 잡은 이들 지역의 매매가도 최근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10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누적 상승률 역시 성동구(0.67%), 용산구(0.59%) 등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자치구 위주로 높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조정 흐름이 연초에 영향을 미쳤지만, 2022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와 비교하면 회복세가 조금 빨라 초고가 주택 거래에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며 "그러나 초고가 주택은 워낙 개별 거래 특성이 강해 종합부동산세나 상속·증여를 위한 유동성, 세제 등이 거래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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