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계열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당좌수표 유동화 확산

임정수 2024. 6. 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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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이 기업 간 결제에 사용하는 당좌수표를 유동화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IB업계는 정유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좌수표 유동화를 활용하는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과거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구매대금 유동화를 많이 활용했다"면서 "최근에는 당좌수표 유동화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유업계 내에서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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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정유사, 한주만에 1조 발행
유류세 납부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
현금 납부시 막대한 단기자금 부담
정유·타업종으로 확산할 듯

정유사들이 기업 간 결제에 사용하는 당좌수표를 유동화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간접세인 유류세를 선(先)납부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당좌수표 유동화는 SK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시작한 이후 올해 들어 HD현대오일뱅크까지 합류하는 등 정유업계 내에서 확산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GS칼텍스와 S-Oil 등 다른 정유사까지 합세하면 당좌수표 유동화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주만에 1조 발행‥유류세 납부 위한 유동성 조달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당좌수표 유동화로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수협은행에 당좌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상으로 당좌수표를 발행한 뒤, SPC가 다시 당좌수표를 기초자산(일종의 담보)으로 유동화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부국증권이 주관을 맡이 유동화사채 투자자를 모집했다. 당좌수표는 은행에 당좌예금을 개설한 기업이 사전에 은행과 정한 한도 범위 내에서 발행하는 수표다.

SK그룹 계열 정유 사업자인 SK에너지도 수협은행을 통해 6300억원어치의 당좌수표를 발행했다. 부국증권이 SPC를 통해 수표를 인수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SK인천석유화학도 같은 방법으로 72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SK그룹 계열사와 HD현대오일뱅크가 1주일 사이 유류세 납부를 위해 발행한 당좌수표 물량이 1조원에 이른다. 이 돈은 모두 유류세 납부에 사용할 예정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는 석유 제품을 출하할 때 정유사들이 미리 납부하고, 이후 주유소 등에서 제품이 판매되면 순차적으로 회수한다. 납부 후 회수까지 시간이 소요돼 정유사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납부하는 유류세가 한 번에 수천억원에 달해 차입금 부담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상당한 유동성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정유사들이 대규모 당좌수표 한도를 설정하면서 유류세 납부에 따른 유동성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유업계 내 확산 분위기 이어질 듯

서울 모 주유소

IB업계는 정유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좌수표 유동화를 활용하는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모두 수시로 대규모 유류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업구조상 특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좌수표 유동화의 첫 시작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SK에너지(4754억원), SK인천석유화학(1688억원), SK엔무브(333억원) 등 SK그룹 정유 계열 3사가 총 6800억원어치의 당좌수표를 발행했다. 3개 회사 모두 SK그룹 중간 사업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정유 사업 관련 계열사들이다.

이후 SK그룹 계열사들은 수시로 당좌수표 유동화를 단행해 유류세를 납부했다. 올해 들어 HD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당좌수표 유동화 스타트를 끊었고, 국내 대형 정유사인 GS칼텍스와 S-Oil은 아직 소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증권사 IB 대표는 "아직 당좌수표 유동화를 한 적이 없는 정유사들도 유동성 관리가 필요해지는 시점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유사 외에도 단기적으로 대규모 유동성 대응이 필요한 기업들로도 확산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과거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구매대금 유동화를 많이 활용했다"면서 "최근에는 당좌수표 유동화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유업계 내에서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신용카드 구매대금 유동화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해 왔던 다른 업종 기업으로도 이런 방식의 자금 조달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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