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女 사진 없겠지?"…사귀기 전 '알고리즘' 뒤지는 MZ들

직장인 정모(31·남)씨는 지난 4월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방과 인스타그램 앱 화면을 공유했다. 서로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앱 하단의 돋보기 모양 아이콘을 누르자 정씨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축구와 유머 게시글이 나타났다. 상대방은 강아지 관련 게시물이 다수였다고 한다.
인스타 앱의 ‘돋보기’ 칸을 보면 사용자의 취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평소 자주 본 게시물과 유사한 사진과 영상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SNS 알고리즘을 보는 게 유행이라고 들어서 재미 삼아 시도해봤다”며 “알고리즘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깨는 요소가 있는지 등 ‘꽝’ 걸러내기 용도로는 쓸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MBTI(성격유형 검사)만으론 뭔가 허전해

하지만 AI 알고리즘 확인하는 게 연인 간 갈등 요소로 비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직장인 홍모(32·여)씨는 전 남자친구와 인스타 돋보기 화면을 공유했다가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 홍씨의 화면에는 드라마, 다이어트, 여성복 관련 게시글이 대부분인 반면에 전 남자친구의 화면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이 다수 있었다고 한다. 홍씨는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질투심도 나고 상처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주기적으로 ‘알고리즘 세탁’을 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문제가 될 만한 유튜브 채널 구독을 취소하거나 인스타그램 돋보기 화면을 번듯하게 만드는 것이다. 1년째 연애 중인 K리그 팬 박모(25·남)씨는 “치어리더 게시물을 한번 봤더니 관련 게시물이 자꾸 뜨더라”며 “콜 파머(Cole Palmer), 리스 제임스(Reece James) 등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계속 검색해 알고리즘을 깨끗이 했다”고 말했다. 개발자 오모(26)씨는“푸바오가 알고리즘에 유독 잘 걸리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푸바오를 자주 검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자만추’, ‘인만추’? 이제는 ‘알만추!’
추천 알고리즘이 친숙한 MZ세대인 만큼 이를 앞세운 데이팅 앱도 인기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팅 앱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기준 118만7000건을 기록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넘어 AI가 연애를 주선하는 ‘알만추(알고리즘에 의한 만남 추구)’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위피’, ‘글램’ 등 국내 데이팅 앱은 수년째 순항 중이다. 거주지, 나이, 키, 체중, 직업, 재산 등 여러 항목을 활용한 매력도를 수치화해 상대와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 앱들이다. 생활 습관, 정치 성향, 결혼관, 자녀관, 젠더관 등을 입력한 뒤 매칭 확률이 높은 상대를 연결해주는 가치관 기반의 데이팅 앱도 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 박모(32)씨는 “사귀게 된 뒤 알게 되면 정떨어질 법한 요소를 검증하고 나니 연애가 편하고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다은(28)씨는 “지인 소개팅에선 가치관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운데 가치관까지 맞는 사람을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모르는 사람을 알아가는 소개팅의 재미가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사람 한 명을 만나는 데 이렇게까지 문턱이 높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최근 젠더 이슈로 갈등도 많고 교제 관련 사건·사고도 잦다 보니 이성 관계에서 불신과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확실한 조건을 보고 불안을 통제하고 감소시키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맞는 상대를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려는 노력”이라고 조언했다.
이영근·이찬규·박종서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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