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교인에 휴가비·교육비 지원… “출산은 하나님의 문화명령”

이현성 2024. 6. 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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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10> 대구 대명교회
장창수 대구 대명교회 목사가 지난달 23일 교회 1층 키즈카페에서 다음세대 사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 대명교회 제공


대구 대명교회(장창수 목사)는 1915년 대구 남구에 처음 설립됐다. 적벽돌로 지은 오래된 교회 건물에 다음세대가 쓸 공간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던 교회는 교육관 건물을 따로 마련했지만, 신혼부부는 주차 공간도 없는 구도심 교회에 찾아오길 꺼렸다. 다음세대 사역을 포기할 수 없단 생각에 어린이집 사역도 시작했으나, 교회는 흑자는커녕 매달 500만원씩 적자를 내면서 어린이집 문을 열어야 했다. 불과 10년 전 교회의 30대 미만 교인은 20%에도 못미쳤다. 교인 대다수는 교회 근처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중장년층과 시니어였다.

“텐트를 치더라도 대로로 나가야 삽니다!”

장창수 목사는 2010년 성전 이전을 제안했다. 교회의 생존을 넘어 다음세대에 신앙의 유산을 남겨주려면 넓고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교회를 옮겨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부 교인들은 재정이 넉넉지 않다며 극구 반대했지만, 장 목사는 손편지로 교인들을 설득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건축 과정엔 청년들만 십시일반 7억을 헌금했다.

교회는 설립 100주년인 2015년 5월 지금의 건물로 이전했다. 왕복 10차로를 앞에 둔 운전면허학원 터였다. 차로 5분 거리엔 고속도로 출입구가 있고 KTX 동대구역과 대구공항까지도 각각 15분, 10분 거리에 있다. 교회 뒤편엔 금호강이 흐른다.

연면적이 4배 늘어난 건물엔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을 짜 넣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교회 카페 뒤편엔 농구 코트보다 큰 키즈카페가 있었다.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평일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교회 4층 고등부 예배실 문 앞엔 포켓볼 테이블과 탁구대 등이 설치돼 있고 지하와 옥상엔 각각 체육관과 인조잔디 풋살장도 마련돼 있다. 건축 전부터 청년들이 요청한 샤워실을 비롯해 어린이 도서관 등도 눈길을 끌었다. 교회를 이전하기 전까진 하나도 없던 공간이다.

대구대명교회 주일학교 아이들이 2일 주일 예배를 마친 뒤 꽃받침 포즈를 하는 모습. 대구 대명교회 제공


공간이 바뀌자 교인 연령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역피라미드 형태의 연령 구조가 사각형으로 전환됐다. 50대 미만 교인 비율만 50%에 육박한다. 10여년 전 20쌍에 불과했던 신혼부부는 150쌍으로 7배 이상 성장했다. 장 목사는 “대구도 대구지만 구미 경산 현풍 영천 고령 등 대구 인근 지역에서 오는 교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신혼부부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주일학교 아이들도 덩달아 늘었다. 중고등부는 비교적 많지 않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 중고등부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혼부부와 아이들을 선물 받은 교회는 다자녀사역도 펼치고 있다. 방식은 이렇다. 자녀를 셋 이상 둔 이 교회 교인들은 1년에 두 번 교회에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날짜는 주일을 제외한 모든 날 가능하다. 교회는 부부에게 문화생활비와 식사비를 지원하고 교육전도사들은 온종일 자녀 양육을 대신 도맡는다.

교회는 다자녀 교인들에게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3자녀 가구엔 제주도 휴가비를 지원하고 4자녀를 둔 가정엔 이스라엘 성지순례 관광비를 지원한다. 만약 부부만 여행을 가길 원하면 자녀 돌봄은 교회가 대신한다. 5자녀를 출산한 부부에겐 대학까지 모든 자녀 교육비를 후원한다. 국가장학금 등으로 자녀 교육비가 발생하지 않으면 당회에서 정한 교육비를 별도 지급한다.

장 목사는 출산 가구 섬김에 정성을 다하면서도 “이런 사역이 저출산 해결의 만능 대안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혜적인 사역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신앙”이라며 “교회의 역할은 출산이 하나님께서 주신 문화명령이란 사실을 청년들에게 잘 전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자녀를 낳으면 마냥 좋을 것이라며 청년들을 부추겨선 안 된다”며 “출산은 힘들고 양육은 어려운 일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교회가 아무리 신혼부부를 열심히 섬겨도 자녀 양육의 책임까지 대신할 순 없다”며 “교회의 책임은 청년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출산을 다짐하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 목사는 출산을 독려하는 건 교회와 목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50여년 전부터 이어진 산아 제한 구호를 반성하면서다.

“목회자들이 출산 정책을 따라간 패착이 큽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이런 구호에 반대한 목회자가 얼마나 있습니까. 교회가 잘 가르쳤으면 다른 곳은 몰라도 교회는 살아남았을 거 아닙니까. 하나님께선 생육과 번성을 명령하셨습니다. 교회가 시간과 물질로 출산 가정 섬기면 좋죠. 하지만 이런 사역은 하면 좋은 거지 꼭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나라에서 1억을 줘도 자녀 안 낳을 청년들은 안 낳잖아요. 교회의 역할은 단순합니다. 청년들이 주님 말씀에 순종하도록 계속 가르치는 겁니다.”

대구=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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