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민경배 (2) 경제적·신앙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일제하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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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시련 속에 태어나고 살아왔다.
내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1941년 12월 8일에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이 점점 격해지고 장기화하자 학교생활에는 점점 더 많은 제약이 생겼다.
전쟁의 패색이 짙어져 막판에 접어들자 일제는 일억일심, 최후의 한 사람까지 본토에서 싸워 옥쇄, 즉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지라는 표어를 내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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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사는 일본군 진지로 내주고
무기 만들려 교회 종까지 떼 가는 등
학교생활에 점점 많은 제약 생겨나
나는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시련 속에 태어나고 살아왔다. 내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1941년 12월 8일에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진주만 기습으로 승기를 잡은 일제의 승전고가 매일 요란했다. 일본군은 저 남방 솔로몬군도, 서쪽으로는 버마(미얀마), 중국에서는 장사까지 진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일본식 교육을 받았다. 군사교육이었다. 추운 겨울에도 웃통을 벗고 체조 시간을 보낸 것과 같은 것들이다. 학교 밭에서 농사도 지었다. 이른바 인고단련(忍苦鍛鍊) 훈련이었다. 전쟁이 점점 격해지고 장기화하자 학교생활에는 점점 더 많은 제약이 생겼다. 학교는 군대식으로 변해 갔다. 학교 교사는 일본군의 진지로 내어주게 됐다. 학생들은 곳곳으로 흩어져 수업을 받아야 했다. 우리 학급은 정미소 창고에서 처음 모이다가 전쟁이 점점 불리해지자 아침에 나가서 출석만 부르고 노동에 동원됐다. 다들 산에 들어가 관술을 따고 들로 나가 풀을 베었다. 그런 것이 일상이었다. 도시락을 싸 오는 동료 학생 중에는 나무뿌리를 삶아 가지고 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내 눈으로 목격한 실상이다. 그들의 어머니들은 그런 것을 도시락에 싸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전쟁의 패색이 짙어져 막판에 접어들자 일제는 일억일심, 최후의 한 사람까지 본토에서 싸워 옥쇄, 즉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지라는 표어를 내걸기 시작했다. 죽으라는 명령이었다. 공출은 막심해지고 전쟁 통제는 극에 이르렀다. 일제는 전시 특별법을 20개 이상 공포했는데 총동원령이나 예비검속령이 가장 무서웠다. 예비검속은 ‘미리 검사해 단속한다’는 뜻으로 범죄 방지를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들을 사전에 가두는 것을 말한다. 국가는 무엇이나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든지 아무나 아무 때나 마음대로 잡아갈 수 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일본 본토 앞까지 후퇴한 일제는 가미카제라는 특공대를 동원했다. 약 17세 이상의 젊은이들을 자살 특공대로 보내 미국 군함에 자폭 공격하는 아주 무자비한 전술까지 썼다.
일제하의 생활은 경제적으로 신앙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나는 일제 말기 어느 추운 날 저녁 어머니 심부름으로 따끈한 밥 한 그릇, 그것 하나만을 싸 들고 목사님 집에 갖다 드린 일이 있다. 그것 가지고 목사님 가족이 어떻게 저녁을 들었을까. 그것도 그 날뿐이었다.
우리 집에는 나이 많은 절름발이 거지가 저녁 시간이면 발을 끌면서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를 위해서 언제나 굴뚝이 지나가는 뒷마루 따스한 시멘트 바닥 위에 초라하지만, 밥상을 차려주고 계셨다. 그 나이 든 거지 할아버지는 그 시간을 어긴 일이 없다.
1938년 9월 내가 다니던 한국 최대의 교회 장로교총회는 신사참배가 애국 행사에 불과하다는 구실로 참배를 결의한다. 전쟁 말기에 들어서자 한국교회에 대한 압박은 아주 예리하고 난폭해졌다. 무기 만들 쇠붙이가 심각하게 부족했던 일제는 교회 종을 떼 가고 학생복의 무쇠 단추도 다 떼어 갔다. 유기그릇 숟가락도 다 걷어 갔다. 그것으로 총 만들고 총알 만든다고 그런 것이다. 그렇게 하며 전쟁을 버텨가고 있었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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