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곳곳 찬양·기도 소리… 학생이 직접 수업 기획·진행까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이야기학교(교장 장한섭)’. 외관상 일반 학교처럼 보였지만 특별함을 느끼기엔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수업 현장 곳곳에서 기도와 찬양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느 교실에선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이 개설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지하면서도 유머가 어우러진 수업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2009년 설립된 기독대안학교에서 마주한 풍경이었다.
3일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이사장 이혁재)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대안학교는 총 600곳(교육부 인정·미인정 포함)이다. 이 가운데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기독대안학교는 절반 정도인 300곳 정도다.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기독대안학교의 커리큘럼은 대체로 공교육 과정 60%, 자체교육 과정 40% 비율로 운영된다. 중등교사 자격을 지닌 교사들이 수업을 기독교적 내용으로 재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는 단순 주입식 교육과 궤를 달리한다. 경건과 참여, 자기주도, 맞춤형 교육 등을 포함한다. 이는 비교적 기독교적 교육의 가치가 많이 남아있는 북유럽의 크리스천 교육 방식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학생을 창의적이고, 교양 있고,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대안학교를 포함한 기독대안학교 교육의 특징은 학생이 주도하는 참여형 수업이다. 이야기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기획·개설·진행한다. 교사는 옆에서 약간의 조언을 하는 정도다. 이론 수업뿐 아니라 박물관 견학과 역사체험 등 야외 현장학습 활동도 활발하다.
기독대안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 시간을 떼어내 예배를 드린다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성경통독 시간 등도 갖는다. 일부 학교는 기독교세계관 훈련도 한다.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에 소속된 기독대안학교는 이달 초 현재 총 74개교다. 이들 학교는 저마다의 독특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북한이탈청소년이나 중국출생자녀 등을 대상으로 학생별 맞춤교육을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인성교육이다. 학교 측은 ‘여명 학생 생활 십계명’을 만들어 인사·시간 예절을 지키게 하고 폭력, 절도, 집단 따돌림 등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1999년 설립한 경기도 성남의 독수리학교는 국내 기독교 대안학교의 효시 격이다. 성경과 가정을 교육의 토대로 삼고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세계관 교육은 이 학교의 트레이드마크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2022년 기준 16만8000만명으로 전년도보다 2만여명 늘었다. 공교육 기관에서 벗어난 이들을 보듬는 역할과 기능이 중요시되면서 대안학교, 나아가 기독대안학교의 역할론은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차영회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은 “기계적으로 공부하고 입시 스트레스에 치여 사는 학생이 아니라 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찾아가는 삶을 준비하는 곳이 기독대안학교”라며 “기독교적 가치가 곧 참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인성, 자율성, 창의성 등을 존중하고 함양하는 교육 실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은 여전하다. 일선 기독대안학교 교사들은 이 부분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백선미 이야기학교 교사는 “대안학교라고 하면 아직도 (공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했다는 등) 차별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며 “법·제도 개선과 더불어 잘못된 인식이 바뀌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최경식 유경진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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