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딸들과 함께 해냈다”…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김이현 2024. 6. 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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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또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나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들, 어머니들, 딸들, 손녀들과 함께 해낸 것"이라며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초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가부장적인 문화권으로 평가받는 멕시코에서 미국보다 여성 대통령이 먼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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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집권당 셰인바움 대선 압승
마초의 나라 ‘첫 여성’ 기록 세워가
“폭력 얼룩진 멕시코서 평화 건설”
멕시코 좌파 집권당 모레나의 대선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3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주먹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멕시코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연방제 헌법이 채택된 이후 200년 만이다.

대선이 치러진 2일(현지시간)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작위 표본 투표소에서 진행한 예비 개표 결과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후보가 58.3~60.7% 사이의 득표율을 올려 승리했다고 밝혔다. 우파 야당연합의 여성 후보 소치틀 갈베스(61)는 26.6~28.6% 득표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발표된 대부분의 출구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선관위 발표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폭력으로 얼룩진 멕시코에서 평화 건설에 힘쓰고 다양하고 민주적인 멕시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나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들, 어머니들, 딸들, 손녀들과 함께 해낸 것”이라며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10월 1일 대통령에 취임하며 임기는 2030년까지 6년이다.

셰인바움은 연방제 헌법이 제정된 1824년 이후 200년 만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마초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가부장적인 문화권으로 평가받는 멕시코에서 미국보다 여성 대통령이 먼저 나온 것이다. 미국 뉴욕에서 투표를 위해 귀국했다는 리사 몬로이는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살에 “여성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이는 멕시코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의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셰인바움은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에너지공학 박사 학위를 여성 최초로 받았다. 이후 2000년에 수도 멕시코시티 환경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은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모레나를 창당할 때도 동참했다.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셰인바움은 온건한 이민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공기업 강화 등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셰인바움에게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치안 문제다. 멕시코에선 살인사건이 매년 3만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된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후보자와 선거 운동원 등을 상대로 한 폭력으로 25명 이상 숨졌고, 이날 투표소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셰인바움은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미국에서 항상 멕시코인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는 불법이민자 유입에 따른 국경 문제가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셰인바움은 이 사안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총선에서도 모레나가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여당이 하원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했으며 상원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선거 중 가장 관심을 모은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에서도 모레나의 클라라 부르가다 후보가 승리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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