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반도체 전쟁을 보는 복잡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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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전쟁 그리고 관세 경쟁 등 다양한 유·무형의 전쟁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 및 반도체산업의 입장에서 반도체 전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한국 산업 구조상 반도체 등 IT 업종의 투자와 성장도 중요하지만, 여타 중후장대산업 투자 부진 현상이 한국 경제 및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한경쟁 및 적자생존을 생각할 때 반도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고 미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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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전쟁 그리고 관세 경쟁 등 다양한 유·무형의 전쟁을 겪고 있다. 여기다 기술패권 경쟁은 또 다른 차원의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전쟁을 일컫는 ‘칩 워(Chip War)’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4조원)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중국뿐 아니라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약 390억 달러의 기업보조금 및 750억 달러의 대출 및 대출 보증을 해준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로 높이기 위해 총 430억 유로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일본 정부도 약 642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향후 수년 동안 수천억 달러의 자금이 반도체업종에 투자되면서 무한경쟁·적자생존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반도체 혹은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에 투자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90년대 IT 투자, 2000년대 중국 고정투자 붐에 이은 투자 사이클을 기대해볼 수 있어 세계 경제에는 우호적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 및 반도체산업의 입장에서 반도체 전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반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음은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긍정적이지만 이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할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오히려 글로벌 반도체 투자 붐에서 한국이 소외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외화내빈의 반도체산업이 될 위험이 있다.
이미 안타까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대만 시가총액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업종 차별화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및 AI 투자 붐과 미국 반도체 중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업종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은 불편한 사실이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투자 붐이 더욱 확산하면서 한국이 본격적 혜택을 받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요국 반도체 및 AI 투자가 국제 산업협력보다는 자국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은 한국 반도체산업에는 위험 요인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산업정책 강화도 한국으로서는 껄끄러운 현상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핵심제조 분야의 강자로 떠오르자 중국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한층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의 중국 견제, 더 나아가 자국 우선주의 제조업 정책이 추진될 경우 한국 반도체산업이 의외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전쟁의 또 다른 부작용은 투자 쏠림 현상이다. 전 세계 제조업 투자가 반도체 및 AI 관련 산업에 집중되면서 여타 산업 투자는 소외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 산업 구조상 반도체 등 IT 업종의 투자와 성장도 중요하지만, 여타 중후장대산업 투자 부진 현상이 한국 경제 및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산업과 경제의 현실이다. 따라서 글로벌 반도체 및 AI 관련 투자 편중화 현상은 한국 경제와 산업의 불균형 성장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싫든 좋든 한국 반도체가 반도체 전쟁에 참전한 것은 분명하다. 이 전쟁에서 한국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여기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도 잠복해 있다. 무한경쟁 및 적자생존을 생각할 때 반도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고 미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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