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팬 “100억 기부, 봐달라”더니… 75억이 ‘앨범’

김호중 팬 일부가 ‘팬들이 최근 4년간 100억원을 기부했으니 음주운전 뺑소니 행위를 선처해 달라’는 비상식적 청원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가운데 기부액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75억원어치가 김호중의 앨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김호중 공식 팬 카페의 기부 내역에 따르면 팬덤 ‘아리스’는 2020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4년간 기부한 총액을 97억1260만원으로 집계했다. 이 중 75억원어치가 김호중의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 52만8430장이다. 장당 1만4190원가량의 가격을 적용해 산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호중 앨범은 685곳에 기부됐다. 아리스는 기부처를 밝히지 않았다.

튀르키예 지진 복구 지원 유니세프 성금(2억2500만원)이나 수재민 돕기 희망브리지 성금(3억5100만원) 등 현금 기부는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

기부품을 받는 곳 중 상당수는 이런 앨범 기부를 선호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센터 근무자는 국민일보에 “가수가 컴백만 했다 하면 팬들이 앨범을 왕창 기부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이 받아 무엇을 하겠느냐”면서 “팬 본인도 갖기 싫어하는 쓰레기를 기부라는 핑계로 복지센터에 떠넘기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국방송(KBS)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는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인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김호중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 그가 자숙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회는 한 번은 보듬고 안아줘야 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이어 “김호중은 어렸을 때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성인이 돼서도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없었다”면서 “그가 저지른 죄는 밉지만 그의 곁에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두고 그를 도와줄 진실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또 “김호중의 팬들이 지금까지 4년 동안 100억원 가까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호중이 가진 이름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라면서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사회를 향해 선한 기부를 한 일을 정상 참작해줘야 한다”고 썼다.

이 글에 달린 동의 댓글 수는 3일 오후 5시45분 기준 1478건이다. 전날 400건 수준이었는데 논란이 확산하면서 하루 새 1000건가량 급증했다.

KBS는 지난달 29일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를 열고 김호중의 자사 방송 출연을 한시적으로 정지하기로 했다. KBS는 음주운전이나 성폭력, 마약 투약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과 일반인에 대해 방송 출연 정지나 출연 섭외 자제 권고 등을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김호중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범인도피교사, 음주운전 혐의 등을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