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의회 존재 이유와 의장 책무 모두를 망각하고 있다"
의령군과 군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의령군은 지난달 30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회 추경 대규모 삭감에 이어 2회 추경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 소집 자체를 거부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의령군의회발(發) 파행'으로 규정하고 김규찬 의장에게 위법 행위 등을 묻는 공개 질의에 나섰다.
김규찬 의장은 지난 31일 성명서에서 “2024년도 제1회 추경예산 삭감은 의령군 재정현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2회 임시회 미소집의 주된 이유로 '인력 부족' 등을 내세우며 임시회 미개최는 당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의령군은 3일 “2회 추경을 위한 집행부 임시회 요구를 묵살해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김규찬 의장이 그 이유로 '인력 부족'을 운운한 데 대해 심각한 ‘자가당착’”이라고 일축했다.
군은 '직원이 없어 준비 못 한다'라는 김 의장 주장에 대해 "의회 조례에 예산 심의를 하는 외부 전문인력인 '정책지원관'의 역할을 버젓이 명시해 놓고, 현재 3명이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은 '일할 사람이 없어 임시회를 못 연다', '(정책지원관들은) 전문 지식이 없다'는 식의 해명이 당최 앞뒤가 맞는지를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군의회는 '의령군의회 사무기구 설치 및 직원 정수 조례'를 정해 정책지원관이 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예산·결산 심의 등 의회 의결사항과 관련된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책 지원관 선발에서도 공공기관 예산 실무경력과 전문지식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 채용한다"며 "김 의장은 의회 존재 이유와 의장 책무 모두를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은 "직원 부족 핑계로 민생예산 편성을 위한 임시회 소집은 팽개치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행정사무감사는 문제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선택적 잣대'에 지역사회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독단적 인사 운영으로 문제를 일으킨 파견공무원 복귀 문제는 "특정인을 의장이 일방적으로 5급 승진 인사로 단행하면서 의회 스스로가 인사 협약을 먼저 깬 것이다. 군은 의회가 벌인 협약 파기에 따른 원대복귀 수순을 정상적으로 밟은 것"이라며 "의회에서 인사 협약에 대한 요청이 다시 오면 정당한 범위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인사 협약을 맺으면 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통해 군은 지방자치법 위반 여부, 국비 예산삭감 이유, 청년예산 통과 약속 등을 김 의장에게 물었지만, 당사자는 정확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54조에 따라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기한 마지막 날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김 의장은 "위반했지만, 위반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변죽을 울려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임시회 소집은 군 의장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인데 그것조차 방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국비 예산삭감 이유에 대해서 군의회는 '군민 동의와 의견을 무시한 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군은 공모사업으로 국·도비를 확보한 사업은 세부적인 사업계획부터 준공 후 운영까지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상향식'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몰지각한 일부 의원의 주장에 우려를 표했다.
또 "중앙정부 공모사업 선정은 전국 지자체와 치열한 경쟁으로 힘겹게 얻은 큰 성과"라며 "재정 사정이 열악한 군의 상황에서 국·도비 보조금은 절실한 상황“이라며 예산삭감 이유를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특히 국비 10억을 지원받는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을 군의회는 '사업효과 불확실'이라며 1회 추경에 전액 예산 삭감했고 이에 항의하러 온 청년들에게 2회 추경예산 반영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군의회는 군이 의정 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은 군의회의 자료 요청이 선을 넘었다고 반박했다. 안건의 심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관련 서류 요청이 아니라 '막무가내식‘·'산더미'·'겁박용' 자료요구로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강삼식 공무원노조 의령군지부장은 "군의원 직위로 행하는 신종 갑질 또는 사회적 문제가 된 악성 민원과 다를 바 없다"며 "군의회의 과도한 자료요구가 계속되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소통 논란'에도 김 의장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의령군 공무원들과의 만남 자체를 일절 거부하고 있다. 간부 공무원들이 개별 의원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충분한 설명과 협의로 다수 군의원이 2회 추경의 필요성에 동조해 임시회가 개최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김 의장의 완고한 '힘자랑'에 무산됐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군 핵심 관계자는 "김 의장이 군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군의원 개인의 권력으로 사유화하고 있다. 탄핵 사유로 봐도 문제없다“며 ”지방자치법 위반 행위뿐만 아니라 직무 유기 등의 법적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군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령군은 이번 사태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독단적 인사 단행에 대한 김 의장의 ‘공식 사과’와 함께 군이 제안한 공개토론회 요청에 군의회가 당당히 응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
최일생 기자 k755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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