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받는 중고 신참…고령화 시대 맞아 체계적 지원 절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 베테랑 신입들에게 눈길
직무급 개편이 전제…개인은 자존심 내려놔야
고용시장에서 중고 신참이 주목받고 있다. 중장년 층만 대상으로 하는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40~50대만 채용하는 기업이 나오는 등 중고 신참을 겨냥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반도 미래인구연구원의 ‘2024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657만 명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44년엔 2717만 명으로 1000만 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이 경제활동에서 이탈하면 기업은 숙련된 기술인력이 줄고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애먹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생산력이 쪼그라들고 연금과 의료·복지 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가 따라온다.
이런 까닭에 숙련도와 소속감·인화력이 높은 베테랑 신입사원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합리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한 설문조사에선 중소기업의 76.5%가 중장년층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미 중장년 신입사원을 뽑아 효과를 본 세스코나 전체 직원 중 50대 이상이 27%인 SK에코플랜트, 퇴직 대상 직원을 재고용해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는 KT나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노력을 재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고용시장의 미스 매치 해소와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이 시급한 과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32년에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 일자리를 찾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도 일자리와 사람을 이어 주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자체가 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모도 작고 수요와 공급 모두 다양성이 떨어진다. 또 이미 준비된 업무 역량과 일자리가 딱 맞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극적인 재교육도 필수다.
물론 고용 현장에서는 45세면 정년이라는 ‘사오정’,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라는 ‘오륙도’ 같은 말이 여전히 통용되는 실정이다. 근속 연수 토대의 연공급에 묶인 기업 입장에선 당장 인건비를 줄이려고 연봉 높은 직원을 내보내고 젊은 신입사원을 뽑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 뽑은 젊은 직원들은 과거보다 이직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자칫 교육 비용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의 특성이 기준인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이는 베테랑 신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청년 일자리 확대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개인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 번듯한 직장에서 후배들에게 지시하며 살아왔는데 어찌 신입 노릇을 또 하겠느냐는 생각은 새로운 시작을 어렵게 한다.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성취감과 보람을 찾으면 행복이라는 인생 2모작 선배들의 충고는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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