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40억 아파트 쥔다고? 100만명 몰린 무순위 줍줍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아파트 분양시장에 예상 밖 로또 바람이다. 로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로또 복권 당첨에 버금가는 시세차익을 예상할 수 있어서 붙여진 말이다.
정식 분양 이후 남은 물량을 내놓는 '장외시장'에서 올해 뜻밖의 로또가 잇따르고 있다. 장외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청약 미달, 부적격 당첨, 당첨자 계약 포기, 불법행위에 따른 당첨 최소 등으로 인한 미계약분이다. 미계약 사유에 따라 다소 차이 나기는 하지만 대개 지역·무주택·청약통장 등의 자격 제한을 두지 않는다. 유일한 조건이랄 게 '성년'(만 19세 이상)이다. 당첨자는 추첨으로 뽑는다. 이런 장외시장은 순위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무순위'로 불리는데, 추수 이후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과 같아 '줍줍'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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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순위 '줍줍' 100만명 몰리기도
단칸방 30대 당첨 뒤 18억 차익
강남선 3년전 가격에 분양 나와
1순위 1주택자까지 추첨 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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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단지서 경쟁률 10만 대 1 넘어
올해 줍줍이 많이 늘었다. 청약사이트인 청약홈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게재된 줍줍 모집공고가 143건이다. 지난해엔 187건이었다. 이 중 4곳이 10만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한 곳이었다. 물량은 극소수인데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신청자가 대거 몰리며 경쟁률 수치가 하늘을 찔렀다.
지난달 세종시 세종린스트라우스 1가구 모집에 44만명이 신청했다. 4월 하남시 감일지구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2가구 모집) 신청자는 60만명에 가까웠다.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3가구)에 100만명 넘게 신청했다. 한 개 단지 신청자로 역대 최대다.
빠뜨릴 수 없는 단지가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1가구)다. 신청자가 3만5000여명으로 다른 단지들에 비해 적은 수이지만, 청약자격 제한을 고려하면 100만명 이상 못지않다. 줍줍 물량으로 특이하게 서울 거주 무주택 세대주 대상의 청약가점제로 분양했다. 당첨을 노리고 청약할 수 있는 조건이 청약가점 고점자 정도로 제한돼 그나마 신청자가 줄어든 셈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억대 로또로 꼽힌다.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가 시세보다 20억원 이상 낮다. 세종린스트라우스 등은 4억원가량 싸다. 특히 래미안원베일리와 세종린스트라우스는 로또 중에서도 '뜻밖'이라 할 만하다.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는 줍줍 사례로 찾아보기 힘든 조합원 미계약분 1가구가 나왔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원래 조합원 몫에서 빠지는 물량이 일반분양분이어서 1가구라 하더라도 일반분양 절차에 따라 청약가점제로 분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에서 4개 단지가 조합원 미계약분에 대해 일반분양했는데, 지난해 4월 인천시 중구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15가구를 일반분양했다.
세종린스트라우스 줍줍은 이례적으로 준공한 지 한참 지난 물량이다. 이 단지는 당초 5년 전인 2019년 5월 분양했고 2022년 11월 준공해 입주까지 마쳤다. 입주 직전인 2022년 8월 미계약분 1가구가 줍줍으로 나오기도 했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뒤늦게 추가로 나온 1가구 미계약분의 처리에 시간이 걸리면서 분양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22만대 1 당첨자, 팔았는데 더 올라
과거 줍줍 당첨자는 기대한 대로 로또의 꿈을 이뤘을까. 대부분 아직 매도하지 않고 장롱 속 로또로 보유하고 있다. 최대 평가차익은 2020년 5월 경쟁률이 1만5000대 1이었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다. 분양가가 38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최고 99억원까지 거래됐다.
일부는 팔아서 2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얻기도 했다. 2021년 8월 4가구 모집에 12만8000여 명이 몰린 강남구 일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118㎡ 당첨자 한 명은 19억여원에 분양받아 지난해 7월 37억원에 매도했다. 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당첨자는 전세보증금이 1억원 이하인 강북 다세대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30대였다.
2020년 5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3가구 줍줍 때 가장 높은 22만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전용 97㎡(분양가 17억원) 당첨자는 입주 직후인 이듬해 3월 28억원에 팔아 10억원을 남겼다. 이 집은 4월 14억5000만원 오른 43억5000만원에 되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28억원 매수자가 줍줍 당첨자보다 더 많은 차익을 남긴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은 운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돈을 벌어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줍줍' 능가할 대형 로또 강남서 등장
로또가 줍줍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뜻밖의 대형 로또가 정식 분양시장에 일반분양으로 등장한다. 서초구 반포동에 지은 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래미안원펜타스)다. 조합이 신청한 분양가가 3.3㎡당 7500만원 선인데, 이보다 훨씬 낮은 60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매겨지는 땅값이 당초 2021년 분양하려고 감정평가 받은 금액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액이 3.3㎡당 4169만원으로, 지난 1월 3.3㎡당 6705만원에 분양한 인근 잠원동 메이플자이 감정평가액(4730만원)보다 낮다. 2021년 6월 3.3㎡당 5653만원으로 분양했던 래미안원베일리의 감정평가액(4190만원)보다도 저렴하다.
업계는 래미안원펜타스의 분양가가 그동안 건축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3.3㎡당 6000만원 초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1억원이 넘어 일반분양분 시세차익이 12억~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용 84㎡의 경우 시세가 40억원이 넘는데 분양가는 20억원 정도다.
시세보다는 저렴해도 분양가 자체가 만만찮지만, 자금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달에 입주하는데 당첨 후 임대 놓으면 전세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가 아니면 그림의 떡이라고? 일반분양분 292가구 가운데 92가구는 청약가점 상관없이 무주택자에게, 이중 전용 59~107㎡ 22가구는 집 한 채 있는 1순위에도 추첨을 거쳐 당첨 기회를 준다. 가점제가 주택형에 따라 분양물량의 40~80%에만 적용되는 데 따라서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3년 전 땅값으로 분양해 강남에 더는 이런 로또 분양이 없을 것"이라며 "1주택자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어 줍줍 이상으로 청약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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