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다양한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한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그들은 연기금· 보험사·패밀리 오피스·재간접투자펀드(Fund of Funds) 등 기관별 성격이나 운용 자산의 규모 또는 자금의 출처 등에 따라 사모펀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에 적합한 투자처를 찾는다.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적어도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최우선 투자처는 당연히 중국이었다. 리스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규모의 경제는 사모펀드 시장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과 중국 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 그리고 미·중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현재 중국에 투자해왔던 기관투자자들은 기존 투자금에 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함은 물론, 투자금의 회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매우 특별한 전환점이 생기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상당수의 기관투자자는 중국에 대한 투자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대신 그들은 일본과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 시장이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낮은 인수금융 이자율, 매도인들의 가격에 대한 낮은 기대, 주식시장의 호황에 따른 투자 회수 용이성 등으로 인해 현재는 호황을 구가 중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기업 승계 문제를 가진 중견기업들을 인수하여 성공적으로 재매각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큰 점수를 얻고 있다.
인도의 경우,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 성장성, 안정된 정치·경제 시스템 그리고 폭등하는 주식시장 상황이 맞물려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도 역대급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케다라(Kedaara) 캐피탈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2조원이 넘는 인도 사상 최대 규모의 경영권 인수 사모펀드를 출범시킨 것은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했지만, 현 시점에선 일본과 인도에 비해서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 제한된 성공적 투자 회수 사례, 불분명한 장기 산업경쟁력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이는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에서 한국만 소외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는 투자처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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