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남의 영화몽상] 노장의 집념

이후남 2024. 6. 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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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 문화선임기자

9년 전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줄거리가 가물가물한 관객이라도, 퓨리오사의 놀라운 활약은 잊기 힘들다. 새로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퓨리오사의 이전 삶을 다룬 프리퀄. 이번에는 안야 테일러-조이가 퓨리오사다. 전작의 배우 샤를리즈 테론과 달리 체격에서 풍기는 인상부터 가냘프지만, 이런 인상은 이내 뒤집힌다.

문명이 붕괴하고 수십 년 지난 극 중 세상은 누가 더 악독한지 따지기 힘든 악당들이, 적자생존이 지배한다. 악당에게 납치당한 퓨리오사 같은 소녀가 아니라 어떤 영웅이라도 세상을 구하기는커녕 목숨을 부지하기도 벅차 보인다. 어느덧 성장한 퓨리오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실행하려 하기 직전까지, 선의로 도움을 주는 사람조차 하나 없다. 이 잔혹하고 악독한 세상에서 퓨리오사의 생존과 활약은 전작이 그랬듯, 얼얼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액션과 함께 펼쳐진다.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액션 영화 시리즈의 감독 조지 밀러는 1945년생. 여든이 코앞이다. 물론 감독이란 직업에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위의 할리우드 현역들도 여럿이다. 올 초 ‘플라워 킬링 문’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다시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는 여든을 넘긴 1942년생. 1930년생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흔을 넘긴 3년 전에도 신작을 내놓았다. 이스트우드가 앞서 ‘용서받지 못한 자’로, 다시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것이 각각 60대, 70대 때였다.

그럼에도 조지 밀러의 이력은 경이롭다. 영화 산업의 변방 호주 출신인 그는 본래 의학을 전공했다. 1979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장편 데뷔작 ‘매드 맥스’는 대형 영화사가 아니라 의사들을 비롯해 개인 투자로 제작비를 조달했다. 세계적인 흥행 성공은 2편, 3편으로 이어졌고 주연 배우 멜 깁슨은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매드맥스의 세계는 이후 무려 30년 만에 부활했다. 그사이 ‘로렌조 오일’, ‘꼬마 돼지 베이브’ 1·2, ‘해피 피트’ 등 휴먼 드라마와 가족물로 호평을 받은 조지 밀러는 녹슬기는커녕 한층 진일보한 액션을 만들어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스턴트 촬영을 통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극대치를 추구한 듯한 액션과 함께 격찬을 받았다. 이번 신작 역시 쉽게 찍었을 리 없다. 탈주 장면만 78일을 찍은 것을 비롯해 1년간 촬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매드맥스는 처음부터 줄곧 온전히 조지 밀러가 만들어낸 세계란 점에서 감독을 바꿔가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여느 할리우드 시리즈와도 다르다. 그가 구상하는 매드맥스 영화는 한 편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감독에게 정년보다 무서운 것은 흥행 성적을 비롯한 전작의 반응이다. 80대의 조지 밀러가 구현하는 액션을, 매드맥스의 세계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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