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계로 빈티지 워치, 괜찮을까?
제대로 된 시계를 처음으로 장만하고 싶은데, 너무 고가인 데다가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빈티지 시계를 구입하는 게 도움이 될까
부족한 예산의 차선책으로 빈티지 시계를 선택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빈티지 시계는 발매된 지 수십년이 지난 시계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아름답고 가치 있는 물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지 오래된 물건일 수 있다. 빈티지 워치를 첫 시계로 구입한다면, 그 제품에 대해 이해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또 빈티지 아이템을 믹스매치할 수 있는 감각이 뒷받침이 된다면 구매한 첫 시계가 더욱 빛날 것이다.
빈티지 워치의 가장 큰 매력은
시계는 현대기술과 함께 성장했고, 문화와 예술을 담고 있다. 빈티지 워치는 시계가 존재한 과거의 증거물이다. 현재 판매 중인 시계의 발자취이기도 하고. 원형에 가까운 무언가를 만난다는 건 현 시대에 느낄 수 있는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볼 수 없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단종된 피스들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희소가치도 높다.
입문용으로 기계식 시계와 쿼츠 시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무조건 기계식 시계다. 개인적으로 오토매틱이 아닌 수동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시계를 추천한다. 감겨진 힘에 의해 하나하나 맞물려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보고 있으면 작은 우주를 보는 것처럼 황홀경에 빠진다. 당연히 쿼츠 시계보다 가격이 비싸겠지만, 기술력을 갖췄으니 가치는 충분하다. 빈티지 기계식 시계를 통해 이전에 사용했던 무브먼트를 경험하는 것도 재미있다. 시계가 만들어진 시대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볼 수 있으니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무엇인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모델은 역시 롤렉스다. 클래식한 데이트저스트와 스포티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시리즈는 명불허전이다.
입문용으로 빈티지 워치를 구매한다면 어떤 시계를 추천하겠는가
시대를 거슬러 기술력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의 시계를 고르는 건 컬렉터가 아닌 이상 어렵다. 현재의 시계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빈티지 워치에서만 볼 수 있는 디테일을 갖춘 시계들이 매력적이긴 하다. 1970~1980년대에 발매된 시계들인데 오메가의 씨마스터나 제네바, 까르띠에의 탱크 머스트, 롤렉스의 오이스터 에어킹, 데이트, 데이트저스트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시계의 기술력이 자리 잡은 시점은 언제인가
회중시계가 작은 손목시계로 변하게 된 건 1930년대쯤이다. 작은 케이스 안에 내구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제작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대량생산이라는 문턱도 넘어야 했고. 그 이후 무브먼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실험이 거듭됐다. 안정성이 확보된 무브먼트가 발매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그후 다수의 시계 제조회사들이 부도를 맞으며 인수 합병됐고 ‘네오-빈티지(Neo-Vintage)’라고 일컫는 1990년대 시계들이 현행 시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다이버 워치 등 특수 무브먼트를 가진 툴 워치를 초보자들이 구입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툴 워치는 특수한 목적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지만 탑재된 툴 자체가 디자인으로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 라이프스타일과 시계 디자인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실제로 전문 프로 다이버를 제외하면 다이빙 용도로 시계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다. 러프하고 와일드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다이버 워치만큼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 이때 단순히 형태를 구현한 시계를 넘어 툴 워치가 브랜드 연혁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을 추천한다.
빈티지 시계를 직접 착용해 볼 수 없는 경우 사진으로만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으로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건 쉽지 않다. 충분한 컨디션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화질 이미지로 봐야 한다. 직접 시계를 볼 수 있는 정도의 화질이어야 한다. 컨디션을 상세하게 질문하고 판매자가 얼마나 자세히 답변해 주는지도 중요하다. 보증이 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최대한 체크할 것. 물어보고 체크할수록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빈티지 워치 구입 시 체크할 부분은
빈티지 워치는 물리적으로 오래된 시계다. 브랜드 매장이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과는 분명 다르다. 시계의 컨디션과 작동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시계는 무브먼트나 외부 케이스 등 부품에서 고장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고장이 날 경우 불편함 없이 수리가 가능한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판매하는 빈티지 워치 매장이 얼만큼 신뢰도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판매자가 시계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판매하는 순간까지 시계가 정품인지 가품인지 확신할 수 없다.
유럽이나 해외 빈티지 워치 매장에서 판매하는 워치를 구매해도 괜찮을까
해외에서 시계를 구입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 시계를 정확하게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정품이라고 구매해도 일부 부품이 정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보증받기도 힘들고 대처하기도 어렵다. 안전한 서비스가 보장되는 곳에서 사는 것이 베스트다.
시계를 오래 사용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애정이 필요하다. 애정을 가지면 시계를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자주 들여다보기 때문에 구입할 때의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또 습기나 자성, 충격에 노출되는 환경은 피해야 한다. 다이버 워치라도 물과 닿는 건 삼가는 게 좋다. 습기를 품은 시계는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기 시작한다. 자성에 강한 시계더라도 자성에 오래 노출되면 고장 나기 쉽다.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한다면 누구든 잔고장 없이 오래 시계를 착용할 수 있다.
단일 브랜드로 100점의 빈티지 워치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단순히 빈티지 워치를 판매하는 걸 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한 브랜드의 빈티지 워치를 100개 단위로 전시하는 100 시리즈 프로젝트다. 까르띠에를 시작으로 레이디 오메가를 모아 전시했으며, 지금은 샤넬 프리미에르를 준비하고 있다. 시계들을 전 세계에서 수급하고 컨디션 복원 작업을 거친다.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직접 시계를 경험하게 하고, 구매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패키지에 담아 전달한다.
‘프리미에르 100’ 전시 준비 상황은
현재 수집한 시계들의 컨디션을 복원하고 있다. 올해 초가을쯤 공개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시계 입문자에게 조언한다면
분명 여러 가지 감정이 공존할 것이다. 설레는 마음과 큰돈을 쓰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두려움.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축적되는 동안 결단은 점점 멀어질 수 있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을 먼저 되짚어보길 바란다. 액티브한 활동을 즐기는지,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위안을 얻는지. 그리고 내 삶과 어우러지는 브랜드를 선택해 군더더기 없는 시계부터 골라보길 권한다. 그렇게 고른 시계를 한번 경험해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시계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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