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한 적 없다”했던 이종섭·신원식, 이첩 전후 13차례 통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국방부가 경찰로부터 회수한 시기를 전후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신원식 현 장관이 13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건 이후 국회에서 서로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와 완전히 배치되는 사실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하고 난 뒤부터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10차례가 넘는 연락이 집중적으로 오가기도 했다.
3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신 장관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8일까지 총 13차례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다. 당시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은 채 사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국방부는 이를 회수하고 박 단장을 항명으로 입건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신 장관은 8월 1일에 1회, 4일에 5회, 5일 1회, 7일 5회, 8일 1회 등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시간은 짧게는 4초부터 길게는 9분 2초였다.
‘VIP(대통령을 지칭) 격노’가 군으로 전달됐다는 7월 31일 이전에도 신 장관은 여러 차례 이 전 장관과 통화했다. 7월 28일에 3회 통화를 했고, 29일에는 8분 45초간, 30일에도 4분 6초간 통화했다.
두 사람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통화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당시 신 장관(국방위 간사)은 “제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개입을 하게 된 게 8월 11일”이라며 “전까지는, 잘 아시겠지만, 여러 가지 궁금한 게 있어도 언론 보도만 봤지 장관님의 판단이나 엄정한 수사에 혹시라도 여당 간사가 전화하는 것이 방해될까 봐 안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전 장관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신 장관은 “한 번도 전화한 적이 없다”고 재차 말했다. 이때가 신 장관이 말한 ‘8월 11일’로부터 불과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통화 사실을 혼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신 장관과 이 전 장관 모두 통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도 나올 전망이다.
아울러 이날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김모 대령과 이종섭 전 장관 보좌관인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지난해 8월 8~9일 총 15차례 연락(통화 11번·문자 4번)한 사실도 있었다. 특히 8일 하루에만 13차례 연락했는데, 이날은 앞서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한 날이자 이 전 장관이 경찰에서 회수한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배당해 조사하도록 지시하기 전날이다.
특히 박 전 보좌관은 김 대령과의 통화 사이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도 2차례 통화했다. 국방부의 조사보고서 재검토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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