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앞에서 진술 바꾼 부하경찰 "경력 배치했어야? 제가 경솔했다" [이태원 공판기]

김성욱 2024. 6. 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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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공판기] 수사기관서 '코드분류' 등 지적한 경찰관, 법정서 번복... "112신고 반복 몰랐다" 주장도

[김성욱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피고인 측 변호사 : "증인께서는 (수사기관에서) '상황실 직원, 즉 서울청과 용산서 상황실 직원들이 모두 이 부분 현장 상황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 생각해보면 경력 배치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했죠?"
증인 정인철 : "그땐 경황이 없어서 얘기한 것 같은데… 제가 '경력 배치를 해야 한다', 제가 지휘관처럼 '어떻게 해야 된다'고 한 건,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을 좀 넘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 피고인 측 변호사 : "증인은 서울청 상황실 직원들이 현장 상황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진술했는데, 어떻게 확인한다는 거죠?" 
증인 정인철 : "제가 경황이 없어서… 말을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진술한 것 같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 피고인 측 변호사 : "증인은 '(이태원 참사 관련 112신고를) 코드 2로 분류한 건 잘못된 것 같다. 코드 1 이상으로 분류됐어야 하는 것 같다. 무전지령이 없는 것도 잘못됐다'고 진술했는데, 코드 2 부여한 걸 이렇게 단정적으로 잘못됐다고 표현할 수 있나요?"
증인 정인철 : "접수자 재량이기에 제가 뭘 잘했다 못했다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박진옥·이준엽) 심리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재판.

증인으로 나온 정인철 경감은 자신이 이태원 참사 직후 수사기관에서 내놨던 진술들을 거듭 번복했다. 그간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진술들이었다. "경황이 없었다", "지휘관도 아닌데 선을 넘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한다"는 이유였다. 정 경감 앞에는 경찰 '2인자'였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고위 경찰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철 경감은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며 112신고 접수를 한 실무자였다. 정 경감은 상급자인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 측 변호인이 자신의 수사기관 발언을 하나하나 확인하자 과거 진술을 연거푸 철회했다. 특히 정 전 팀장 측 변호인이 "'경력 배치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경황이 없어서 한 말인가요?"라고 질의하자 "제가 지휘관도 아닌데 '경력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건 좀 경솔했던 것 같다"고까지 했다.

김광호 전 서울청장은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6분) 발생 2시간 전인 오후 8시 33분께 종료된 용산 대통령실 인근 대규모 집회에 동원됐던 67개 기동대 등 경력을 이태원에 재배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증인으로 나온 정 경감이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진술했다는 거냐"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하지만 정 경감이 "그땐 경황이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 측은 "본인이 참고인 진술조사를 받았고, (경찰관이기 때문에) 이 진술조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면서도 '경황이 없어서' 그냥 막 진술했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공판을 방청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새얀 변호사는 재판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증인이 피고인인 경찰 간부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을 수정했다"라며 "증인이 경찰 조직에 대한 부담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참사 전 112신고 11차례 반복됐는데… "각자 접수해 몰랐다"는 경찰들

정 경감은 이날 이태원 참사 전 112 압사 신고가 11번이나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으로 신고를 접수했던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선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다고도 증언했다.

정 경감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쯤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총 11차례 있었던 이태원 '압사' 경고 112신고 중 1건(오후 8시 33분 건)을 직접 접수해 '코드 1'로 분류한 당사자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핼러윈 관련 사람들이 많이 몰려 쓰러지고 그런다. 통제가 안 된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통상 서울에서 112신고를 하면 서울청 112상황실에서 최초 접수한 뒤, 중요도에 따라 코드0부터 코드4까지 분류해 관할 경찰서로 내려 보낸다. 해당 업무를 10년간 했다는 정 경감에 따르면, 서울청에선 보통 동시간에 30~40명의 인원이 112신고를 접수한다고 한다.

정 경감은 '이태원 쪽에서 (압사)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걸 알았나'라는 재판부 질문에 "몰랐다"고 말했다. 정 경감은 "저는 (관련 신고를) 1건 받아서 그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라며 "폭행이나 시비 등 다른 신고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경감은 "접수에서는 접수만 받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잘 알 수 없다"고 했다.

정 경감보다 상급자로서 당일 서울청 상황실에서 근무했던 피고인 정대경 전 팀장 역시 112신고가 11차례나 반복됐음에도 신고를 접수했던 직원이 각기 달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정 전 팀장은 "(이태원 참사 전) 해당 신고 11건은 (한명의 경찰관이) 2건 이상 받은 경우도 있고, 3건 받은 경우도 있는데, 신고가 반복된다는 통보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팀장은 "(신고가 반복돼도) 접수자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보고해주기 전에는 팀장이 실질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에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20건의 반복된 112신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20명의 경찰관들이 각기 (1건씩) 접수를 받는다면 아무도 반복 신고라는 걸 확인할 수 없다는 거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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