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측 "尹 통화 공개 부적절" 박정훈 측 "평가는 국민이"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 변호인이 3일 사건의 실체를 두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JTBC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세 차례 통화와 윤 대통령의 격노설 등을 주제로 공개 토론을 가졌다.
박 전 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초동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군검찰이 회수해 온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건 것과 관련해 박 전 단장과 무관하지 않은 내용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점심시간에 총 18분 넘게 전화한 점, 그에 앞서 조태용 당시 안보실장이 이 전 장관에게 연락한 점 등을 거론하며 "외국에 나간 국방부 장관한테 별난 사태가 벌어졌느냐, 북의 침공이 있었느냐"며 "수많은 전화는 결국 박 대령이 (관련된 것) 아니면 일어날 수 없다고 의혹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 전 장관 측은) 아무런 해명을 안 한다. 심지어 '채 상병 관련이 아니다, 뭐로 전화하는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내용을 밝히시라. 평가는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공개된 기록에 나온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대통령실과 장관의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밝혔다.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와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 군사 재판에서도 그 내용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이 안보 위협, 잼버리 파행 등과 관련해 대통령, 국무위원 등과 수시로 소통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며 "잼버리 기간에 국방부가 군의관과 공병대를 엄청나게 보냈는데, 통화 대부분도 현안과 관련된 업무상 통화들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또 박 전 단장 측이 통신 기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부당한 일을 저지른 뒤 덮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한 것처럼 보이게 몰아가는 느낌"이라며 "젊은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사건을 정치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 전 단장 측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이 작년에 수도 없는 거짓말을 해와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한 것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양측은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로 포함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이 전 장관 측의 김재훈 변호사는 "'대통령이 장관에게 격노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재차 강조했다.
다만 박 전 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대통령이 화를 냈느냐, 안 냈느냐도 법적으로는 아주 난센스는 아니다"며 "지시를 한 사람의 의지가 표현에 담겨있는 것이라 경우에 따라 위력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 의사를 제압하는 요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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