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총파업만 해결책 아냐…전공의 행정처분 철회”

임성빈 2024. 6. 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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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계 요청에 따라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등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3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의사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은 단순히 의과대학 증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바뀔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의정 갈등 사태는 어떤 형태로든 빨리 봉합돼야 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 잘 사는 나라이고 인구 10만 명 당 의대생이 2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명의 약 2배다”라며 “그러나 아일랜드 의사의 절반은 외국에서 온 의사”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교육받은 의대생의 절반이 외국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현상을 ‘아이리시 패러독스(역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국내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의대생의 41.3%가 외국에서 의사를 하겠다고 한다”며 “아이리시 패러독스가 ‘코리안 패러독스’가 되는 것을 막아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또 전공의의 장시간 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황 회장은 “전공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거론되는 수련병원의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 해외처럼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수련비용 국가부담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의정 갈등 사태에서 국민의 기본권리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압한 수많은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해 전공의들이 자율적으로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졌고,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바뀌면서 전문의가 되는 것을 포기한 전공의가 많다”며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정부가 앞장서서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신해철법’이 나오게 된 배경 등 의사를 불신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통감한다”며 “서울시의사회는 전문가평가단 강화를 통해 회원들의 자정작용을 강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 대해서는 “한 가지 모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다 온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였다.

황 회장은 “정부와는 어떤 형태로든 논의할 수 있고, 전공의나 학생 중에도 다른 생각이 있는 경우도 있고,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라며 “전체가 해결돼야만 해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의사는 정치인이 아니고 투사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환자 옆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그 옆에 있으면 된다”고 했다.

황 회장은 단 “의협이 찬반 투표를 하고 결과가 나올 경우, 결과에 따르는 것이 낫겠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종환 서울시 각 구(區) 의사회 회장협의회 회장은 이날 “파업이나 휴진은 모든 국민의 권리이지만, 의사와 국민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선택”이라며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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