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1.3조 지급하라”…발칵 뒤집힌 SK그룹 [재계 TALK TALK]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6.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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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K그룹에 또 다른 악재가 덮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했다. 1심을 정면으로 뒤집은 판결이 나오자 SK그룹은 발칵 뒤집혔다.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산 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봤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도 뒤집었다. 두 사람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본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재판부는 1조원 넘는 재산 분할 액수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을 하루 앞두고 법원 주변에선 노 관장 측에 무척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파다했는데 소문이 현실이 됐다”고 귀띔했다.

SK그룹 안팎에선 당혹감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SK그룹 지배구조는 격랑에 휘말린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 분할을 위한 청구취지액을 현금 2조원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경영권 분쟁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주식 대신 현금을 지급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과거 소버린 사태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SK그룹은 현금 마련을 위해 지주사 지분 매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최우선 선택지에 올려둘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매각 가능한 지분은 비상장 주식인 SK실트론 지분 정도라는 게 시장 시각이다. 최 회장은 지주사 SK㈜ 지분 17.7%와 SK실트론 주식 29.4%를 갖고 있다. 이외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다. 최 회장 보유 SK㈜ 지분 가치는 약 2조원 수준이다. 항소심 판결 확정 땐 경영권 방어를 위해 SK㈜ 지분 매각은 최소화하는 가운데 SK실트론 지분 29.4%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비상장 주식인 데다 급하게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기 힘들다. 결국 부족 금액은 SK㈜ 보유 지분 담보대출로 충당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다만, SK그룹 지배구조상 최 회장 지분이 흔들리면 전체 지배력 역시 흔들린다. SK그룹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SK㈜ 지분 17.7%를 보유하고 SK㈜가 SK텔레콤(30.6%), SK이노베이션(36.2%), SK스퀘어(30.5%), SKC(40.6%)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율도 25.6%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공격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과 관련된 장외전도 치열했단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은 재계 총수 안주인들 봉사활동 모임에서, 노 관장 동생인 노재현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은 전직 대통령 자녀 모임 등에서 장외 여론전을 펼쳤던 것으로 안다”고 들려줬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1심 소송을 담당했던 판사가 판결 직후 로펌으로 직행하면서 법원 신뢰도에 흠집이 갔던 데다, SK그룹이 부장판사 출신 정재헌 사장(수펙스 거버넌스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일련의 행보로 인해 SK그룹이 사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촌평했다.

한편, 노 관장과 최 회장은 재판부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노 관장 대리인 김기정 변호사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며 “무엇보다 거짓말이 난무했던 사건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대리인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해 성실히 증명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반발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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