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인권 논란 속 ‘대안학교’를 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이야기학교’(장한섭 교장). 일반 학교와 비슷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이 학교의 내실은 특별함이 있었다. 교실에서 기도, 찬양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적인 수업 시간과 별개로 기독교 정체성을 나타내는 시간도 가지며 면학 분위기를 다잡았다. 선생님만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앞으로 나와 자신들이 개설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순수함과 진지함, 유머가 어우러져 교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학생들은 바깥으로 나가 직접 체험하며 학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때로는 자연에서, 때로는 박물관 등으로 갔다.
이 학교는 이른바 ‘기독대안학교’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15년 전 설립됐다. 3일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에 따르면 현재 대안학교는 총 600개이고 이 가운데 기독대안학교는 30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기독대안학교에선 대체로 공교육 과정 60%, 자체교육 과정 40% 비율로 운영된다. 중등교사 자격이 있는 교사들이 많은 수업을 기독교적 가치로 재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는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경건과 참여, 자기주도, 맞춤형 교육 등을 의미한다. 이는 비교적 기독교적 교육의 가치가 많이 남아있는 북유럽 교육 방식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창의적인 사람’, ‘교양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신앙 교육은 모든 기독대안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된다. 매일 별도의 시간을 통해 해당 교육이 이뤄진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인 셈이다. 정기적으로 성경 통독 시간도 갖는다. 특히 경기도 성남에 있는 독수리학교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은 인격함양을 목표로 한 기독교세계관 교육을 최우선으로 한다.
학생 주도적, 참여적 수업도 진행된다. 이야기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기획, 개설해 진행하고 있다. 교사는 곁에서 약간의 조언을 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고 학생들이 대부분의 수업 시간을 담당한다. 이론적인 수업에 더해 현장에 나가 학습하는 교육 활동도 자주 이뤄진다. 박물관 견학과 역사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별 맞춤형 교육에 중점을 두는 학교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여명학교는 북한이탈청소년이나 중국출생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특성화교육과정이 활성화돼 있다. 독서교육을 비롯해 한국어교육, 심신 건강교육, 사회적응, 진로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인성교육도 눈에 띈다. 학교 측은 ‘여명 학생 생활 십계명’을 통해 학생들을 올바른 성인으로 자라게 함을 도모한다.
주입식 입시 위주인 공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교육을 추구하는 셈이다. 차영회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은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공부하고 입시 스트레스에 치이는 것이 아닌, 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기 진로를 자유롭게 찾아가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기독교적 가치가 곧 참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인성, 자율성, 창의성 등을 존중하고 함양하는 교육 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계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학생들이 선택해서 진학하고 있다. 주로 배우고 싶은 교육을 받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반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다. 대안학교 학생인 심현섭(16) 군은 “재미와 교양, 생동감을 갖춘 교육을 받다보니 면학 분위기가 쾌적하다. 이에 일반 학교에서 문제시되는 교권 추락이나 학교폭력 등에서 훨씬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적 인식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선 대안학교 교사들은 이 부분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백선미 이야기학교 교사는 “대안학교라고 하면 아직도 차별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며 “제도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인식이 바뀌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최경식 유경진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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